[사설] 대리수술 처벌 조항 의료법에 추가해야

입력 2016-07-24 18:35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의 유명한 의사가 수술 3건을 후배 의사들에게 맡기고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집도의를 제멋대로 바꾸는 대리수술(유령수술)이 국내 굴지의 병원에서 자행된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산부인과 김모 교수는 지난 8일 난소암, 자궁근종, 자궁적출 등 3건의 수술을 다른 의사들에게 맡기고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뒤늦게 대리수술을 확인한 병원은 김 교수에게 무기정직 처분을 내렸으며, 병원장과 김 교수가 환자와 보호자를 찾아가 사과하고 진료비와 특진비를 전액 환불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 관리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삼성서울병원에서 대리수술까지 벌어졌다니 말문이 막힌다. 특히 2년차 전문의가 자궁근종과 자궁적출 수술을 했다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를 우롱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환자는 환부를 깨끗하게 도려내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의사를 선별한다. 비싼 특진비도 마다하지 않는다. 환자와 보호자 모르게 집도의를 교체하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대리수술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4월 대리수술을 밥 먹듯이 한 서울 강남 그랜드성형외과 유모 원장은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병원에서 대리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환자만 33명에 달했다. 성형외과 분야에서는 비전문의가 수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과연 이들 병원에서만 대리수술이 일어났을까. 우리나라 병원들은 수술 장면을 공개하지 않는다. 대기실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보호자와 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는 누가 집도했는지 파악할 길이 없다. 수술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환자가 ‘사람대접’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의료법이 미비한 탓에 대리수술을 하다 걸려도 유 원장처럼 사기 혐의를 적용할 뿐이다. 정부는 대리수술이 근절될 수 있도록 엄격한 처벌 조항을 의료법에 추가해야 한다. 의료계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할 경우 수술 장면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