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사진) 경제학과 교수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금융 등 서비스업 수출이 어려워지면 영국에 들어오는 외국자본의 흐름이 줄면서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23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제41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EU 탈퇴로 영국 기업들이 EU 시장을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하게 되면 영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영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의 금융 강국이어서 브렉시트에 따른 혼란은 앞으로 몇 년간 세계경제 문제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이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EU를 탈퇴키로 하는 바람에 최소한 4∼5년은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장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의 정체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은 정말 걱정스럽다”며 “20년간 대단한 신산업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주축 산업인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등은 1970년대에 시작해 90년대 초반에 자리 잡았고 그 후 우리 경제를 선도할 신산업이 눈에 띄지 않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자동차 정도를 빼면 큰 시장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은 산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제조업이 국가경제의 견인차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정부에서 금융허브 한다며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망하기 직전 산업은행이 인수를 검토했다는데 그때 했다면 우리 경제가 망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소득 대비 우리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중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기계, 정밀기기, 부품, 소재 등 R&D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장인적 기술 측면에는 선진국에 많이 떨어지고 있어 기초기술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장하준 교수, 브렉시트 이후 전망 “영국 금융업 타격… 외환위기 올 수도”
입력 2016-07-24 18:36 수정 2016-07-24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