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고령화사회 진입했는데… 주택가격 내릴까 오를까

입력 2016-07-25 04:05



결혼을 앞둔 장모(34)씨는 신혼집을 살 생각이 없다. 한국의 주택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언젠가는 인구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주택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고령화와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된 일본의 사례도 참고가 됐다. 과연 장씨 말대로 인구 구조 변화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까?

“2030년 주택가격 20% 이상 하락”

장씨 판단대로 현재 한국의 인구 구조 변화는 주택가격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인구 감소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인구 구조가 주택수요 발생에 불리한 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면서 인구절벽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특히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연령층 인구도 곧 감소하기 시작한다. 현재 국토교통부 1차관인 김경환 전 서강대 교수가 1999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주택수요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44∼48세였다. 통계청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연령대인 45∼49세 인구 추계를 보면 2018년부터 이 연령대 인구의 감소가 시작된다. 또 소득이 거의 없는 고령 인구의 증가는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는데, 한국은 이미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가 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한국과 같은 인구 구조 변화를 미리 겪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한국도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설득력이 높아진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1992년 69.8%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주택 가격도 마찬가지로 1990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 주택 가격도 일본처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하락할 것이란 전망은 적지 않다. 박세운 창원대 교수는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증가로 2020년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2014년보다 3∼1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에는 주택가격이 20% 이상 떨어지면서 주택시장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전남, 경북은 50∼6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2018년 이후 급락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독일·프랑스 등은 오히려 올라

그러나 인구 구조 변화로 주택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보통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지만 반대의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생산가능인구가 1986년 최고를 기록하고 이후 감소했지만, 주택가격은 그 이후 지난해까지 50% 가까이 상승했다. 물론 1990년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면서 부동산 투자 붐이 일어나 인구 구조의 부정적 요인을 상쇄한 점이 있긴 하다. 그러나 독일 말고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지만 주택가격이 상승한 곳은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2년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일본 미국 영국 스페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일어났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그리스는 정반대로 주택가격이 올랐다.

또 가구수 변화도 주택가격이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 중 하나다. 집은 개인 단위로 사는 게 아니라 가구 단위로 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형주 LH토지주택대학교 교수는 2010년 논문에서 “낮은 인구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2030년까지도 예상보다 높은 주택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이 2035년까지 가구수 추이를 추계한 것을 보면 가구수는 계속 늘어난다. 3∼4인 가구가 1∼2인 가구로 분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2035년을 비교해 보면 인구는 2.5% 늘어나는 데 그치지만 가구수는 19.0% 늘어난다.

인구 구조 변화로 집값 단정 힘들어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변화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인구 구조 변화로 주택 가격을 섣불리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한 박세운 교수도 소득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집값 상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2%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 주택가격은 0.6% 오른다. 또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정부가 주택 공급을 조절하는 경우 인구 구조 변화라는 집값 상승에 부정적 요인은 상쇄될 수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