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활발했던 업계 인수·합병(M&A) ‘빅딜’이 올해 상반기에는 주춤했다. 이해득실을 따진 협상결렬보다는 경영 외부환경에서 비롯된 돌발변수가 협상 불발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각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하반기 M&A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롯데·SK·제일기획 ‘빅딜’ 모두 불발
상반기 가장 관심을 모았던 M&A 사안은 롯데케미칼의 미국 액시올사 인수 건이었다. PVC를 주로 생산하는 액시올 인수에 성공할 경우 롯데케미칼은 연간 매출액이 21조원을 넘어서는 세계 12위 규모의 글로벌 화학업체로 몸집을 키울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었다. 그러나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되면서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13일 인수의향서를 낸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철회했다. 지난해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등을 인수하며 롯데케미칼을 롯데그룹의 중심으로 키우려 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작업은 멈춰섰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도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시장 등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 18일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했다. 케이블TV플랫폼 사업진출로 새로운 수입원 창출을 노리며 인수에 공을 들여왔던 SK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제일기획의 해외매각 방안을 검토했지만 협상을 진행하던 프랑스 광고회사 퍼블리시스는 인수를 포기했다. 비주력 계열사를 팔아 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리하려던 삼성엔 악재가 됐다는 평가다.
‘윈윈(win-win)’하는 ‘빅딜’, 하반기에는 있을까
올해 상반기 상황은 최근 2년간 활발히 진행됐던 M&A 시장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방산·화학 계열사들을 1조8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사들였다. 한화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화학업계 호황과 방산부문 계열사 시너지 효과로 ‘본전’을 뽑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화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52계단 상승한 277위를 기록했다. ‘알짜배기’ 회사를 성급하게 판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삼성은 주력 분야인 전자·전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각 기업들의 M&A 탐색전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화학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CJ는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한화첨단소재는 미국 자동차부품회사인 CSP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다만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제 성사되는 M&A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업계의 탐색전은 계속되겠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인한 불확실한 경기 흐름이 각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상반기 ‘M&A 빅딜’ 찬바람… 하반기엔 활력 찾을까
입력 2016-07-24 19:00 수정 2016-07-24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