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이 30년을 활동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독일을 대표하는 발레단이다. 이 발레단이 국제적인 명성을 갖게 된 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안무가 존 크랑코의 역할이 컸다. 1961년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오네긴’ 등 걸작 발레를 만들어냈고 발레학교를 세워 신진 안무가 육성에 힘썼다. 그가 1973년 미국 투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급서한 뒤에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위상은 높아졌다. 발레단과 발레학교의 유기적인 교류,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 등 발레단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든 덕분이다.
예를 들어 발레단을 이끌어가는 예술감독만 하더라도 현재 리드 앤더슨 감독은 1996년 임명돼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발레단의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한편 주정부와 기업 후원으로 부설 발레학교의 신축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남겼다. 그는 2018년 물러날 예정인데, 이미 지난해 차기 감독이 발표됐다. 예술감독 선정위원회를 통해 차기 감독으로 임명된 타마스 디트리히는 현재 부감독으로서 앤더슨 감독을 보좌하며 업무를 인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뿐 아니라 구미(歐美)의 국공립 예술단체는 이변이 없는 한 후임 예술감독을 취임 2년에서 1년 반 전 발표하고 적어도 1년 전부터 업무를 익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구 공연예술이 이식된 일본도 마찬가지다. 신임 예술감독이 공백 없이 업무를 잇고 장기계획까지 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의 국공립단체 예술감독은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리는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전임 감독의 임기가 끝나도 발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립무용단도 예술감독이 1년 이상 공석이다. 그나마 최근 규정이 바뀌어 차기 예술감독이 발표될 때까지 전임 예술감독이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업무 공백을 최소화했다곤 하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한국 국공립단체의 발전은 예술감독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데서 시작된다.
장지영 차장
[한마당-장지영] 예술감독 제도의 시스템화
입력 2016-07-24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