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수진”… 혼신 다한 ‘아름다운 이별’

입력 2016-07-24 18:55
강수진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현역 은퇴무대인 ‘오네긴’ 공연을 마친 후 박수를 받으며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날 “고마워요, 수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강수진에게 환호를 보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제공

강수진(49)은 활짝 웃었다. 관객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지만 금세 환한 표정으로 “감사합니다”를 영어, 독일어, 한국어로 연신 외쳤다.

22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 이 발레단 종신무용수인 강수진이 ‘오네긴’으로 현역 은퇴무대를 가졌다. 존 크랑코가 푸시킨의 동명소설을 토대로 안무한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상징하는 작품. 여주인공 타티아나는 강수진의 간판 배역이기도 하다.

강수진은 이날 사랑의 열병을 앓는 순진한 시골처녀부터 첫사랑에 대한 애증으로 갈등하는 귀부인까지 타티아나의 감정과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움직임은 물 흐르듯 가벼웠고, 오네긴 역 제이슨 레일리와의 2인무는 화려했다. 특히 3막에서 뒤늦게 구애하는 오네긴을 밀어낸 뒤 오열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일부 관객은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프랑스 툴루즈 캐피톨 발레단 예술감독인 나네트 글루샥도 그 중 한 명이다. 강수진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그는 “나도 발레를 했었기 때문에 은퇴공연을 하는 수진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울컥했다”면서 “수진은 정말 뛰어난 발레리나”라고 말했다.

강수진의 혼신을 다한 마지막 춤과 연기에 객석(140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무대 뒤편에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 할 거에요”라는 스크린이 내려오면서 발레단원과 스태프 100여명이 한 명씩 무대에 올라 강수진에게 차례로 장미꽃 한 송이씩을 안겼다.

지난해 11월 한국 고별 공연을 했었기 때문인지 강수진은 눈물 대신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관객이 일제히 빨간 하트와 함께 “고마워요, 수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을 때는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객석에는 좌석마다 커튼콜에 쓰일 플래카드가 놓여져 있었다.

작별을 아쉬워하는 관객들의 잇따른 박수에 강수진은 이후에도 한동안 무대에 불려나와 인사를 해야 했다. 강수진은 무대 뒤편에 있던 남편 툰치 소크멘(53)과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나와 관객 앞에서 포옹을 나눴다. 이날은 남편의 생일이기도 했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강수진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무대가 마침내 끝났다. 충분히 만족스럽다.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일부 팬들은 오페라하우스 밖에서 강수진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기다리기도 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교사로 일한다는 크리스틴 쾨니히 씨는 “오랫동안 강수진의 공연을 봐왔다. 무대에서 저토록 젊고 아름다운데 은퇴라니 너무 아쉽다. 다시는 춤추는 그녀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한편 강수진의 마지막 무대를 보려는 팬들로 이날 공연은 3개월전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매진됐다. 그래선지 이날 오페라하우스에는 취소 티켓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티켓 구함’이라는 종이를 든 사람들도 등장했다. 또 평소와 달리 한국 관객이 많았다. 강수진의 은퇴공연을 보기 위해 독일 각지는 물론 한국에서 온 팬들이었다. 슈투트가르트=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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