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가 김품창(50)이 제주에 정착한 지 어느덧 15년이 됐다. 추계예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온 작가는 작업에 대한 변화의 열망으로 2001년 제주행을 택했다. 서귀포에서 활동하는 스승 이왈종 화백의 도움이 있었지만 연고도 없는 제주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일이 녹록치는 않았다. 그림은 팔리지 않고 쌀이 떨어져 밥을 굶는 날도 많았다.
그의 그림 소재는 한라산, 바다, 밤하늘, 해녀, 고래, 문어, 갈매기, 소라, 귤나무, 야자수 등이다. 제주의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 사는 생명체들과 인간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붓질했다.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이상세계를 그린 것이다. 15년간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자신도 어느새 제주 사람이 됐다.
김품창 개인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31일까지 열린다. ‘김품창 제주 15년-서울’이라는 타이틀로 정착 초기의 서정적인 풍경 작품을 비롯해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판타지 작품까지 50여점을 그림일기처럼 펼쳐 보인다.
사람이 고래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거나 나무가 사람 얼굴 형상을 하고 있는 등 ‘어울림의 공간’을 표현했다.
‘어울림’이란 쉬운 게 아니다. 그가 부인 및 딸과 함께 제주에 내려와 정착하기까지 이곳 주민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작업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미술교육 등 지역 문화 발전에도 기여했다. 부인 장수명씨가 글을 쓰고 그가 삽화를 그린 여러 권의 동화책이 지역 방송을 중심으로 전파를 타면서 잔잔한 공감을 사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길이 7m의 초대형 작품과 제주도 오름 숫자만큼 많은 368개의 전복껍데기 하나하나에 그림을 그려 제주도 지도를 형상화한 작품도 선보인다.
작가는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과 생명체들이 나에게 친구로 다가와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며 “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생활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고래와 나무와 해녀와 바다… 제주서 찾은 어울림의 세상
입력 2016-07-24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