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밝힌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은 여러 면에서 이색적이다. 과거 추경과 달리 재정 건전성이 오히려 개선됐다. 남는 세금을 재원으로 포함시키면서 일부를 나랏빚을 갚는 데 썼기 때문이다. 총액 면으로는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의 추경이지만 이것저것 빼고 나면 실제 세출은 5조원에도 못 미치는 미니 추경이다. 야당은 벌써부터 하나마나한 추경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는 추경 편성으로 국가채무를 상환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적자국채 발행 추경 편성→재정건전성 악화→본 예산 긴축 편성→적자국채 추경 편성’이라는 기존 틀을 깼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지출항목에 없어 추경이 국회의원들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SOC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났다.
한계도 분명하다. 총 11조원 추경 규모 중 국가채무 상환에 쓰이는 1조2000억원을 제외한 재원은 9조8000억원이지만, 추경의 목적인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 극복을 위해 집행할 수 있는 재원은 5조원이 못된다. 우선 9조8000억원이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로 재원을 했기 때문에 이 중 40%가량은 의무적으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내려간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화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도 1조4000억원을 줘야 한다. 결국 남는 재원은 4조5000억원 정도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 대응을 위한 추경 세출 규모(6조2000억원)와 비교해도 1조원 넘게 차이가 난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나왔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자체에 내려가는 1조9000억원으로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해줬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송언석 2차관은 “필요 이상으로 누리과정 재원을 보강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도교육감들과 더불어민주당은 누리과정 부족분을 따로 편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민주당 소속 김현미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은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돈은 애초 내년에 내려갈 돈을 당겨서 주는 것”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에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시·도교육감들도 1조9000억원은 지방교육채 상환과 학생교육활동 지원에 사용할 뜻을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첫 야대여소 구도 아래 국회 심의가 남아 있어 추경 정부안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전망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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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없는 이색 추경, 약발은 반신반의
입력 2016-07-22 17:54 수정 2016-07-22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