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조 추경’으로 경기하강 막겠나

입력 2016-07-22 18:14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26일 이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지원과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고용여건 악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기하강의 심각성과 여타 업종으로의 구조조정 확산 징후 등을 감안할 때 정부의 대응이 조심스럽다 못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먼저 11조원이라고 하지만 국가채무 상환용 1조2000억원과 지방재정확충금 3조7000억원을 제외하면 6조원에 불과하다. 여기다 대우조선 등 기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낮아진 수출입·산업은행 출자금(1조4000억원)과 중기 신용보강(4000억원), 수출보험 지원 확대(4000억원) 등 금융 확충금액도 빼야 한다. 이러면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재정 지출의 성격에 맞는 자금은 3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11조원 추경이 아니라 ‘3.9조 추경’이 적확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왜 추경을 하려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할 만하다. 일부 학자는 이번 추경에 대해 통상적인 재정활동 정도로, 추경이라고 이름 붙일 것도 없다고 폄하한다.

추경안을 보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 정책 당국자들이 경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해 온 평소 발언과 달리 재정건전성에 최우선 정책 목표를 뒀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총액 11조원 중 9조8000억원이 올해 세수증가분(납세자로부터 세금으로 거둘 것으로 추정한 금액보다 더 걷힌 것)으로 충당된다. 재정건전성이 항상 선은 아닐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현재와 같은 글로벌 수요 부족의 시기에는 적자 재정으로 재정건전성을 조금 훼손하더라도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을 각국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추가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적극적 재정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에 정책 당국은 균형 예산에만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