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가 상속세 체납으로 세무 당국에 의해 근저당권이 설정됐던 부동산을 조세회피처 버진아일랜드의 한국계 미국인에게 처분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속칭 ‘검은머리 외국인’인 이 미국인은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이의 사위였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최근 공개한 역외기업 데이터베이스인 ‘파나마 페이퍼스’에는 그와 같은 이름의 한국 출신 인사가 등록돼 있다.
국민일보가 우 수석의 처제 이모(45)씨가 소유했던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57.36㎡)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씨는 이 부동산을 2009년 4월 11일 미국인 C씨(40)에게 25억원을 받고 처분했다. 당시 이 아파트는 우 수석의 자택, 우 수석의 장모 김모(76)씨의 자택 등과 함께 강남세무서로부터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였다. 채권 최고액은 98억원이었다.
이씨는 C씨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뒤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세무서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아파트 5채 가운데 이씨의 것은 2009년 4월 23일 가장 먼저 근저당권이 해지됐다. 등기부등본에 남은 C씨의 주소는 미국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토머스로 돼 있다. 해당 주소지는 최고급 저택으로 파악됐다.
우 수석의 처제와 거래한 C씨는 1년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체류하는 거액 자산가다. 모교인 외국 대학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그는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장관을 지낸 인사의 사위로 확인됐다. C씨는 거래 이후 아파트를 여전히 소유하고 있지만 현재 이 아파트에는 C씨의 인척들이 살고 있다. 한 이웃 주민은 “아이들 방학 때만 C씨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는 해당 부동산이 적정 시세에 거래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매입 수요가 덜한 때였고,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였음을 고려하면 매도인 입장에서 좋은 계약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우 수석의 처가는 조세회피처 섬들과 유독 인연이 많다. 우 수석의 막내 처제인 이모(41)씨는 앞서 2013년 9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세인트크리스토퍼 네비스로 국적을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이씨는 딸을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목적으로 온두라스 위조 여권을 샀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이씨를 수사한 이는 현재 넥슨으로부터 갖은 형태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진경준(49·구속) 검사장이었다.
ICIJ와 더불어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의 한국인들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이 데이터에는 C씨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가 있다. 그는 한국 출신으로, 버진아일랜드 지역에 페이퍼컴퍼니 1곳을 설립했고 또 다른 1곳은 주주로 돼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인사들이 조세회피처로 국적을 직접 변경하거나 조세회피처 인사와 부동산 거래를 한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하경제 양성화 기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나온다.
이경원 양민철 지호일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상속세 못내 근저당 잡혔던 禹 수석 처제 아파트 ‘조세회피처’ 한국계 미국인에 팔았다
입력 2016-07-23 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