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게임인 포켓몬 고(Pokemon Go)가 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어린이들이 국제사회에 게임 속 가상의 캐릭터인 포켓몬만 찾으러 다닐 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죽음에 위기에 처한 자신들도 좀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포켓몬 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특정 장소를 찾아가면 포켓몬 캐릭터가 화면에 나타나 이를 잡을 수 있는 게임이다. 워낙 인기가 높아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고 소문난 장소에는 비행기나 자동차까지 타고 가서 캐릭터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서방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시리아혁명군(RFS) 미디어사무소는 21일(현지시간) 시리아 어린이들이 포켓몬 캐릭터를 인쇄한 종이를 들고 있는 사진 수십장을 공개했다. 한 종이에는 포켓몬 캐릭터와 함께 “저를 좀 찾아주세요, 전 시리아에 있어요”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다른 사진에는 “내가 바로 시리아의 포켓몬이에요. 제발 저를 좀 구해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이들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서는 포켓몬 고를 본뜬 ‘시리아 고(Syria Go)’라고 명명된 가상의 게임사진도 나돌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시리아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프 타한이 만든 이들 사진은 시리아 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장을 배경으로 한 게임 장면이다. 난민들이 건너가야 하는 지중해 바다를 휴대전화로 비추면 포켓몬 캐릭터 대신 구명조끼가 나타나고, 폭격 현장에는 구급약, 무너진 교실에는 책이 나오는 식이다.
타한은 아랍 매체 알아라비아와 인터뷰에서 “세계인들은 포켓몬을 찾아다니지만 시리아인들은 아주 기본적인 생존 수단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그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포켓몬 말고 시리아를 구해주세요”
입력 2016-07-22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