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아는 만큼 보인다 <2> 유도] 비서양권 첫 정식종목… 한국, 세계 1위만 셋

입력 2016-07-23 04:10
한국 유도대표팀 선수들이 6월 21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힘차게 도약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유도는 리우올림픽에 남자 7명, 여자 5명을 파견한다.한국은 남자부에서 김원진과 안바울 안창림 곽동한, 여자부에선 김잔디가 리우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뉴시스
사무라이는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막부 초대 쇼군 집권과 일본 전국시대의 종결로 가장 먼저 힘을 잃은 계층이다. 앞서 500년 동안 일본 전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지만 상인과 수공업자가 핵심계층으로 떠오른 17세기부터 존재할 이유도, 생존할 방법도 없었다. 새로운 시대는 더 이상 칼을 요구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칼보다 온화한 무기가 필요했다. 사무라이는 맨손으로 싸우는 비무장전투, 즉 무술로 명맥을 유지했다. 사무라이가 무장해제를 당하고 완전히 몰락한 1868년 메이지유신까지 검술은 존재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칼 없이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무술을 더 선호했다. 부드러운 무술이라는 뜻의 유도(柔道)는 그렇게 탄생했다.

유도의 창시자는 일본 교육자 가노 지고로(1860∼1938년)다. 메이지유신 체제는 야구 농구 육상 등 서양식 스포츠를 현대화의 상징으로 여겼다. 가노는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동시에 일본의 정통성을 주창한 교육자였다.

가노는 에도막부 때부터 여기저기 흩어졌던 일본의 전통무술과 전투체계를 수집했다. 사무라이의 잔인하고 위험한 살인술을 버리고 메치기 굳히기(조르기·꺾기) 급소지르기 등 3가지 기술을 채택해 유도를 완성했다. 가노는 1882년 도쿄에 최초의 도장 코우도관(講道館)을 설립하고 유도를 전수했다.

가노는 유도를 통해 고귀하고 활기찬 성품을 전파하고 싶었다. 폭력·살인이나 비뚤어진 민족주의의 선전도구로 전락하지 않길 원했다. 가노의 이런 정신을 계승한 제자들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 도장을 세웠다. 러시아의 삼보, 브라질의 주짓수는 모두 유도를 변형한 무술이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침략하고, 1928년 가노가 사망하면서 유도는 한때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변질됐다. 그 결과 존폐위기까지 몰렸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고 일본을 점령한 미국은 유도를 제국주의의 부산물로 보고 금지했다. 무술보다 스포츠에 가까운 형태로 변형한 1951년 겨우 부활할 수 있었다.

가노가 고안한 점수체계는 상대방의 등을 바닥으로 메다꽂는 한판뿐이었다. 하지만 유도 경기의 중계방송을 시작한 20세기 중후반부터 한판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시간을 제한하고 더 낮은 점수체계를 고민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절반과 유효다. 한 경기의 제한시간은 남자 5분, 여자 4분이다.

유도는 1964 도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유럽과 미주 밖에서 규칙과 방법을 만든 최초의 올림픽 종목이다. 1968 멕시코시티올림픽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정식종목에서 빠지지 않았다.

일본 유도는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금 34·은 18·동 18)을 수집했다. 하지만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종주국의 절대적인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금 12·은 8·동 24)와 한국(금 11·은 8·동 24)이 일본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옛 동독(독일) 네덜란드 브라질도 메달을 챙겼다. 최근엔 중국 쿠바가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유도의 첫 메달은 재일동포 김의태의 도쿄올림픽 남자 80㎏급 동메달이다. 1984 LA올림픽에서 안병근(71㎏급) 하형주(95㎏급)의 금메달로 첫 금맥을 뚫었다. 이원희(73㎏급) 김재범(81㎏급) 송대남(90㎏급) 등이 금맥을 이어가면서 유도는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다관왕을 노리고 있다. 적어도 2∼3개의 금메달이 가시권에 있다. 김원진(60㎏급) 안바울(66㎏급) 재일교포 안창림(73㎏급)은 체급별 세계랭킹 1위다. 여자 57㎏급 간판스타 김잔디와 남자 90㎏급 세계 2위 곽동한도 골드러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