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1932년 7월 20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중·고교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에서 미술사와 음악학을 공부한 후 독일 뮌헨대학과 쾰른대학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했다.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시작으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20년 넘게 비디오아트 창시자로 추앙받은 그는 2006년 1월 29일 세상을 떠났다.
올해 서거 10주기를 맞아 그의 생일날인 지난 20일 두 가지 전시가 동시에 오픈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백남준 쇼’는 대표작과 사진자료 등을 통해 천재 아티스트의 인생 여정을 엿보게 하고,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막 올린 ‘뉴 게임플레이’는 그의 비디오 작업이 디지털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게 한다.
10월 30일까지 이어지는 ‘백남준 쇼’에는 백남준 작품 100점과 임영균 사진작가가 촬영한 백남준 관련 사진 43점이 출품됐다. 불시착한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DDP와 잘 어우러지게 구성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백남준 선생님은 지금도 우주를 여행하고 있을 것만 같다. 거장은 갔지만 예술혼은 이곳에 영원히 내려앉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섯 가지 테마로 이루어졌다. 1989년 텔레비전과 라디오 케이스로 제작한 ‘다비드’는 인류와 과학기술이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가길 기원하는 작품으로 ‘희망’이라는 코너에 설치됐다. 2000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전시 퍼포먼스 때 사용된 조각난 바이올린, 드로잉과 스케치, 사진기록 등은 ‘노스탤지어’라는 주제로 선보인다.
‘사랑’ 코너에서는 미디어 아티스트 최종범이 연출한 ‘TV 첼로’ 등을 통해 백남준 작품과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을 연관지어 얘기한다. ‘인피니티(infinity)’에서는 모차르트 200주기를 기념해 1991년 제작한 ‘M200’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방 ‘이데아’에서는 TV 모니터 166대로 만든 1993년 초대형 작품 ‘거북’이 누구나 꿈꾸는 이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내년 2월 19일까지 계속되는 백남준아트센터 ‘뉴 게임플레이’는 백남준의 영상 작품 5점과 비디오 작가 빌 비올라, 마크 리 등 34명 작가의 45점이 출품됐다. 21세기 현대인의 삶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디지털 게임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성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관람객이 게임하듯 참여할 수 있는 영상작품으로 전시관 자체가 오락실 같다.
젊은 시절의 백남준이 창가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게임이 벌어지는 독일 작가 오르한 킵칵&라인하르트 우르반의 작품 ‘아스둠’이 재미있다.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백남준의 1965년 작품 ‘닉슨 TV’, 중국 작가 팡 망보가 공산당 홍군의 대장정이라는 영웅적 신화를 게임으로 풍자한 작품 ‘대장정: 재시작’도 눈길을 끈다.
기획에 참여한 독일 영상전문 미술관 ZKM의 슈테판 슈빙글러 연구원은 “백남준은 기술을 이용해 영상을 변형한 인물로 ‘해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영상과 사운드를 합쳐 만든 디지털 게임이 백남준 작품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백남준의 캔버스인 TV를 비롯해 필름, 영상 등을 선보이는 ‘점-선-면-TV’전도 2월 5일까지 열린다.
글·사진=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거장은 떠났지만 예술혼은 이곳에… ‘서거 10주기’ 백남준 생일에 오픈한 두 건의 전시
입력 2016-07-24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