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무크, 교육변혁 이미 시작됐다] 안방서 듣는 해외강좌… 각국 사이트, 수강생 유치 정보전

입력 2016-07-24 18:08
대표적인 해외 무크 서비스인 코세라(왼쪽)와 에덱스 홈페이지. 미국의 하버드, UC버클리, 스탠퍼드 등 세계적 명문 대학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명문 대학들도 명품 강좌를 올리며 전 세계에서 학습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구촌 대학’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무크로 고등교육의 국경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제공

공공기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수현(가명·32·여)씨는 요즘 해외 무크(MOOC) 사이트들로부터 이메일 공세를 받고 있다. 수현씨는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제협상과 같은 강좌를 듣고,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중국과 스페인의 역사·문학 관련 강좌도 기웃거렸다. 해외 무크 사이트들이 보내오는 이메일은 수현씨의 ‘학습 취향’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다. 수현씨가 무크 사이트들에서 검색했거나 클릭했던 대학 학과나 교수, 연관 분야 등이 분석돼 이메일로 날아온다.

특히 영국의 무크 서비스 ‘퓨처런(Futurelearn)’이 보낸 이메일은 수현씨를 놀라게 했다. 수현씨가 평소에 ‘○○ 교수는 이런 강좌 안 하나’라고 생각했던 스페인 관련 강좌가 개설됐으니 들어와 수강하라는 권유가 담겨 있었다. 해외 무크 서비스 담당자들이 자신의 학습 욕구를 정확하게 꿰고 있어 신기함을 넘어 두렵기까지 했다. 강좌는 만족스러웠다. 강좌를 다 듣고 시험도 통과했다는 인증서를 받기 위해 퓨처런에 지불한 12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현재는 미국 무크 서비스인 ‘코세라(Coursera)’에서 보낸 중국 문학 강좌 리스트를 살펴보며 출퇴근 시간에 듣기 적합한 강좌를 고르고 있다.

무크가 ‘지구촌 대학’으로 입지를 굳혀가면서 고등교육의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무크는 누구나(Massive), 무료로(Open), 인터넷(Online)을 통해 우수한 대학 강의(Course)를 수강하는 ‘온라인 공개강좌’다. 예를 들어 국내에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철학 강좌에 참여하고 싶다면 미국에 유학갈 필요가 없다. 인터넷으로 무크 서비스에 접속만 하면 센델 교수의 강좌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 석학들이 공들여 만든 수천개 강좌들이 코세라, 에덱스(edX), 유다시티(Udacity), 퓨처런 같은 무크 서비스에 탑재돼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해외 무크 사이트들이 국내 학습자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모(26·여)씨도 해외 무크 서비스로 공부하고 있다. 2014년부터 코세라와 유다시티 등에서 컴퓨터 공학 관련 수업을 주로 들었다. 일단 무크에 한번 발을 들여놓자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무크 서비스들은 강좌를 하나 수강하면 계속해서 관련 강좌를 연결해줬다. 검색과 강좌 수강이력을 통해 관심분야를 추출해 권유하는 듯했다. 한 강좌를 들었더니 패키지 강의가 추천되기도 했는데 대부분 흥미 있는 수업들이었다. 2∼3개월에 두 개 정도 강좌를 소화하는 방식으로 꾸준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오씨는 “정교하게 설계된 강좌들이 학습욕구를 충족시켜줬다”고 평가했다. 교수의 강의는 각종 통계와 사례들이 정돈된 하나의 ‘작품’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양방향 학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게 강점이었다. 강의 중간에 혹은 끝날 때 퀴즈를 풀게 되는데 틀리면 강의 내용의 어떤 부분을 찾아봐야 하는지, 어떤 자료를 참고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친절하게 학습을 유도했다. 전공 분야 영어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씨는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유학에 대비해 강좌 하나당 10만∼20만원이 드는 인증서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학습자가 해외 무크 서비스를 통해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역량을 키우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우리도 경쟁력 있는 무크 서비스를 열어 국내외 학습자를 끌어들여 무크의 세계에 조속히 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케이-무크’ 서비스를 열었지만 강좌가 2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오는 9월 120여개 강좌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여전히 강좌 수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24일 “해외 무크 서비스들은 국내 학습자들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고, 어떤 수업 방식을 좋아하며 어떤 경우에 돈을 내고 인증서를 받아가거나 강좌를 포기하는지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고 있다”며 “케이-무크 강좌를 100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한국에 관심 있는 해외 학습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