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이 꿈’인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현실

입력 2016-07-22 18:14
공무원이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25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65만명으로 이 중 39.4%인 25만7000명이 일반직 공무원시험(공시)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민간 기업 취업 준비를 하는 14만명 선의 배에 근접한 규모다.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공무원이 꿈’인 나라가 되고 있다. 공시 경쟁률이 평균 수십대 1에 이른 지는 이미 제법 됐다. 변호사가 9급 공무원에 지원하고, 응시생이 공시 합격자 명단을 조작하는 사건이 벌어질 정도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고교생들의 장래희망 1위에 공무원이 꼽혔다.

직업 선택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청년 다수가 공무원에 목을 매는 세태는 안타깝다. 왜곡된 고용 구조, 불안한 고용 실태라는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도전보다는 고용과 수입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에 몰리는 사회는 내일에의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기성세대들이 반성해야 한다. 갈수록 벌어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비정규직의 확산 같은 엄혹한 취업시장과 수저계급론, 천민자본주의로 상징되는 일그러진 자화상은 젊은이의 가슴에 냉소를 심었다. ‘어차피 안 될 텐데’라는 좌절과 ‘재기 불가’의 우려는 투지를 꺾었다.

정부가 할 일은 수십조원을 쏟아부어 일회성 청년 취업대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자포자기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취업생태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창의력과 의지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