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시대’] 농약 뿌리는 드론·GPS 단 트랙터… 농부의 땀, 기계가 대신한다

입력 2016-07-23 04:29
드론 제작 업체 DJI가 미국 캔자스주립대와 함께 개발 중인 농업용 드론의 모습. 농지 부위별로 최적의 질소 필요량을 계산해 적절한 양의 비료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DJI 제공

#위성항법장치(GPS)가 탑재된 트랙터가 토양의 질을 세세하게 점검한다. 농지 모양과 크기에 따라 알맞은 비료와 살충제를 뿌린다. 흙 상태에 민감한 일반 농기계와 달리 365일 자동으로 운행할 수 있다. 다만 사람은 타고 있지 않다. 데이터만 입력하면 알아서 움직인다. 일본 농기계 생산기업 구보다가 지난 2월 선보인 무인 농기계다. 이르면 2018년 상용화된다.

#소형 무인기(드론)가 하늘을 난다. 열화상 카메라로 농지 부위별로 최적의 질소 필요량을 계산한다. 밭의 특정 부분에 어떤 농약과 비료를 어느 정도 투입할지 자동으로 산출한다. 모든 농작물에 같은 양의 농약을 치던 기존 방식에 비해 자원 낭비도 줄이고 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 DJI와 미국 캔자스주립대가 의기투합해 연구 중인 ‘농업용 드론 프로젝트’다.

나무줄기를 자르고, 열매를 따고, 밭을 매고…. 세세한 손길이 필요해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농업에 기계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신기술이 하나둘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스마트 농업’ ‘스마트팜’ ‘어그리테크(Agri-tech)’ ‘농업 ICT’ 등의 용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이는 크게 무인 농기계나 로봇, 드론 등 사람 없이도 작물 생산을 가능케 하는 ‘자동형 농업 도구’와 함께 농작물의 온도·습도 등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농작물 상태를 모니터링해 주는 ‘시스템’으로 나뉜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최신 IT 기술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우리도 스마트팜이 본격 도입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세종시 연동면에 조성 중인 2500평 규모의 공동농장인 ‘두레농장’을 스마트팜 교육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KT는 농업회사법인 지엔바이오와 경남 진주시에 1800㎡ 규모의 국내 최대 이슬송이버섯 스마트팜을 구축했다. 네이버도 농작물 생육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 강원도 스마트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농업과 IT가 융합하게 된 이유는 뭘까. 농가의 고령화 탓이 가장 크다. 미국은 65세 이상 농민 수가 35세 이하 농민보다 6배나 더 많다. 일본의 경우 농민의 평균 연령은 67세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인구수는 지난해 292만4000명으로 5년 전(349만9000명)보다 16.4%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20대는 30.4%, 30대는 38%, 40대는 34.7%나 줄었다. 반면 50대와 60대는 11.9%, 3.7% 감소에 그쳤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 체결 국가로서 농업 경쟁력 강화와 향후 식량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스마트 농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최근에는 축산업과 어업 등에서도 첨단 IT 기술과의 접목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외에 인터넷 기업에도 농업은 블루오션이다.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플랫폼으로 연결해 판매를 도움으로써 농산물 소비 증대와 소비 패턴·계층 변화 등 각종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와 농업이 결합된 새로운 영역이다. 새로운 농업을 고민하는 청년 농부를 위해 판로 확대와 농산물 디자인,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기업도 속속 증가하고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농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