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농협’으로 꼽히는 ‘스마트 농업’은 더 이상 국내에서도 새로운 용어가 아닐 만큼 곳곳에서 도입되고 있다. 농기계 자동화뿐 아니라 생산 작업을 효율적으로 개선시켜주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판로까지 스마트하게 관리해주는 등 유형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고도의 IT 기술이 집약되는 만큼 대기업 위주의 스마트팜이 대부분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 농업은 농가의 새로운 기회
지난 8일 오후 1시쯤 경남 진주시 하곡리에 위치한 ‘지엔바이오’의 이슬송이버섯 생산공장. 50평에 이르는 하우스 문을 열자 40㎝ 길이의 참나무 톱밥을 뭉쳐둔 갈색 ‘배지’ 수백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배지 표면에는 이슬송이버섯이 하나둘 자라고 있었다. 배지가 양분 역할을 하는 셈이다.
30도가 넘는 찌는 듯한 바깥과 달리 하우스 안은 시원했다. 각각 2개의 냉방기와 가습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이슬송이버섯은 주변 환경에 예민하다. 낮에는 15도, 밤에는 8도로 온도를 맞춰줘야 한다.
이 공장에는 50평 남짓한 하우스가 총 30개 있다. 과거엔 관리자인 엄재후(38)씨 등 2명이 수시로 돌며 모든 하우스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엄씨는 “하루 종일 하우스 근처에 상주하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며 “다른 볼일 볼 여유는 꿈도 꿀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랬던 엄씨의 생활은 지난달 말부터 달라졌다. KT와 함께 구축한 ‘스마트팜’ 솔루션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하우스에 직접 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엄씨가 실제로 휴대전화를 꺼내 스마트팜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자 하우스별로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등이 실시간으로 떴다. 클릭 한 번으로 온도를 올리거나 낮추고, 가습기를 작동하는 게 가능했다. 엄씨는 “매일 하우스에 붙어 있던 때보다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며 “남는 시간에 농업기술원 등에서 하는 영농 교육에도 참여하면서 새로운 농법을 배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과 IT 기업의 상생
얼핏 보면 농업 분야와 전혀 연관이 없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스마트 농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친환경 청년 농사꾼을 발굴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가업을 잇는 청년 농부’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또 쇼핑 플랫폼 ‘네이버 푸드윈도’를 통해 강원도 현지 기업의 판로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생산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해 농가의 수익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농산품을 공급한다는 취지다. 농산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질문에 댓글로 답해야 하고, 소비자들의 만족도 평가도 받게 된다. 농산품 질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샘플 테스트도 진행한다. 유통 플랫폼을 지원해 아무리 IT를 활용한 재배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해도 판로가 없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농가의 고민을 해결한 셈이다.
카카오 역시 지난겨울 제주에서 생산된 귤 등을 판매 중개해주는 ‘카카오 파머’를 시범적으로 시행했었다. 다음달에는 카카오 파머를 정식 출시하고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농업 혁신’에 시동을 걸겠다는 전략이다. 귤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로 상품 범위를 확대한다. 카카오는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농업벤처기업 만나씨이에이에 투자하기도 했다.
영세 농민 ‘생존 위협’ 우려도
하지만 대기업들이 잇따라 스마트 농업에 뛰어들며 영세한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LG CNS가 새만금에 스마트바이오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LG CNS는 농민들을 재배에 참여시켜 생산된 농산물은 전량 수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농민들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이 IT 기술로 농업에 진출하게 되면 기존 농가 생산성보다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영세한 농민들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LG CNS는 농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하우를 전수하는 협력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농장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현장에 있는 농민과 대기업의 기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박세환 기자, 김유나 기자
foryou@kmib.co.kr
[‘스마트팜’ 뛰어드는 기업들] ‘클릭 농사’ 두 표정
입력 2016-07-23 0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