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봉관 <1> “주님이 세상 지으신 것처럼 아름다운 건물 짓자”

입력 2016-07-24 20:13
서희건설 회장 이봉관 장로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집무실에서 건축에서 느낀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나는 올해로 22년차를 맞는 건설회사 대표다. 동시에 23년을 교회의 장로로 섬긴 뒤 ‘원로’라는 갓을 쓴 사람이기도 하다. 하나님이 보시기엔 아무 보잘 것 없는 존재의 인생이겠지만 건축을 대하는 나의 삶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실까’를 끊임없이 묻는 과정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은 위대한 예술가다. 어느 가을 날 풍경을 바라보다 경이로움을 느꼈다. 낙엽이 떨어지는데 붉은 빛깔, 노란 빛깔이 어우러져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낙엽이 무엇인가. 잎사귀가 생명줄인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곧 하나의 생명이 죽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처량하고 쓸쓸한 과정인데 하나님은 그 과정조차 아름답게 만드신 것이다. 그것이 예술적인 하나님의 창조 섭리다. 그 섭리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하나님의 창조 솜씨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건축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창조 과정과 닮은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건축물을 창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건축 현장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참으로 삭막하다. 먼지투성인 데다 삐죽삐죽 철근들이 솟아나와 있고 잿빛 시멘트들이 가득하다. 한 층씩 건물이 올라가는 순간들은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 그 안에 땀과 고민, 분쟁과 협력이 뒤엉켜 있다. 모든 것을 인내하고 건축물이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크리스천의 삶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매 순간들을 하나님께 의지하며 견디고 천국에 갔을 때에야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것이다.

서희건설은 지금까지 40개의 예배당을 건축했다. 그 가운데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등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교회들도 있다. 혹자들은 묻는다. “장로님이시니 아무래도 예배당 건축할 때는 다른 건축물보다 더 심혈을 기울이시겠네요?”라고. 그들이 아쉬워할지 모르겠지만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하나님은 교회 안에도 계시고 밖에도 계신다. 아파트 사무실 병원 공장 등 모든 공간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생각으로 건축에 임한다. 그래야 ‘하나님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지으신 것처럼 건축물들을 아름답게 짓자’는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역경의 열매’란 이름으로 삶을 돌아볼 제안을 받았을 때 가진 생각은 딱 한 가지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력하나마 사람들이 하나님을 체험하게 하는 일에 이바지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지나온 내 삶을 통해 가르쳐 주셨던 것들, 생의 힘든 순간마다 의지하기만 하면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셨던 일들을 꺼내어 하나님을 알려주고 싶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을 건축해가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을 향한 작은 변화가 있길 기대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약력=△1945년 평양 출생 △한국건축문화대상, 매경이코노미 선정 올해의 CEO,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 대상 수상 △경희대 총동문회장, 재경 서라벌경제인 연합회장 역임 △현 서희건설 회장, 한남대학교 재단이사, 기독교사회봉사단 공동대표.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이사, 서울 청운교회 원로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