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의혹탓 봉인됐던 구로을 대선 투표함, 29년만에 열렸다

입력 2016-07-21 23:40
21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을 우편투표함 개함·개표식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선거 봉투를 꺼내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봉인됐던 투표함은 29년 만에 한국정치학회의 연구용역 요청에 따라 개봉됐다. 이병주 기자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당시 부정선거 의혹으로 개표되지 못했던 서울 구로을 투표함이 29년 만에 열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정치학회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13대 대선 서울 구로을 부재자 우표투표함을 개봉했다. 지금까지 이 투표함은 굳게 잠긴 채 중앙선관위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사건의 발단은 13대 대선 투표일이었던 1987년 12월 16일 오전 11시30분쯤 구로을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함을 옮기는 모습을 한 시민이 목격하면서부터다. 부정선거를 의심한 시민들은 이 투표함을 빼앗아 구로을 선관위가 위치한 구로구청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투표함은 결국 44시간 만에 선관위로 돌아왔지만 끝내 개표되지 않았다. 선거인명부 등 서류가 불에 탄 데다 투표함에 든 것으로 추정된 4325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개표 결과, 무효표 2표를 제외한 4323표 중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가 313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 575표,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 404표,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 130표, 신정일 한주의통일한국당 후보 1표 순이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