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 저버린 형제'… 형, 알코올중독 아버지 살해 동생은 시신 암매장 도와

입력 2016-07-21 21:29 수정 2016-07-21 23:42
알코올중독 증세로 행패를 부리던 아버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패륜 형제’가 8개월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아버지(61)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혐의로 최모(30)씨를 검거, 조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또 형을 도와 아버지 시신을 암매장한 동생(29)도 함께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9일 오전 0시30분쯤 대전 유성구 최씨 집에 만취한 상태로 들어와 숨겨놓은 술을 달라며 행패를 부렸다. 최씨는 아버지가 흉기로 자신을 때리려 하자 흉기를 빼앗은 뒤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인 최씨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고 집 안 집기를 파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범행 직후 부랴부랴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오라고 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두 얘기했다. 형제는 아버지 시신을 유기키로 했다. 둔기는 버려 없애고, 삽 두 개를 구입했다. 다음날 오전 4시쯤 아버지 시신을 스노보드 가방에 담은 뒤 대전 동구 한 야산으로 옮겨 땅을 파고 묻었다.

이들은 범행 후 평소와 같이 생활했지만 아버지 지인의 신고로 8개월여 만에 덜미가 잡혔다. 아버지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아버지 지인들은 그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전과 같이 알코올중독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겠거니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이 어딘지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최씨의 행동은 아버지 지인의 의심을 샀다.

결국 “최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 같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20일 자정쯤 최씨를 긴급 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최씨가 지목한 한 야산에서 암매장된 아버지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의 두개골에는 둔기에 의한 폭행 흔적 등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경찰은 최씨에게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동생에게는 사체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