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사정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른바 ‘우병우 사단’의 실체는 있는 것일까. ‘우병우 사단’은 진경준(49) 검사장 구속 사태 이후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권력기관 도처에 널려 있다’고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수면위로 떠오른 상태다.
21일 검찰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우병우 사단’이란 말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근무연, 학연 혹은 지연으로 연결된 검사들이 조직의 주요 보직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한 검찰 간부는 “우병우 사단의 실체는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없다고 할 수도 있다”며 “검찰 주요 포스트에 우 수석과 가까운 사람들이 두드러지게 포진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수석은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2013년 5월 퇴직했다가 1년 만에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1월에는 사정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에 올랐다.
우 수석은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친정인 검찰 내 몇몇 인사들과 종종 외부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우 수석은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직간접적으로 전하고, 참석자들을 통해 검찰 현안이나 동향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정수석이 검사를 만나 얘기를 듣고 소통하는 것 자체는 직무의 일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이너서클이 인사나 업무 처리 등에 영향을 미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복수의 검사들은 우 수석 취임 이후 그와 친분이 있는 검사들이 약진한 건 분명하다고 말한다.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로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고위간부, 재경 지검장, 국정원 간부 등 6∼7명이 거론된다. 이들은 원래 ‘엘리트 검사’ 코스를 밟긴 했으나 우 수석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 특히 요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 수석은 이와 관련해 수개월 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쓸 만한 사람을 뽑아 쓰는데 문제 될 것이 뭐가 있나”라고 말한 바 있다.
진경준 검사장이 우 수석이 만든 모임에 가끔 동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때 법무부 내부에서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던 진 검사장이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 자리를 예약해 놨다는 풍문도 나돌았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2월 검사장 승진인사 때 ‘넥슨 주식 대박’의 진상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검증 실패 책임론과도 이어진다. 우 수석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저한테 주어진 업무 범위 내에서 검증할 거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검증실무팀에서 진 검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막상 인사 발표가 나오자 놀랐다는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고 주장했다.
우 수석의 자기사람 심기 지적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보직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결정하는 구조기 때문에 민정수석이 자의대로 흔들 수 없다는 논리다. 한 검사장은 “자기가 원하던 자리에 가지 못한 검사들이 우 수석에게 화살을 돌리면서 부풀려진 얘기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 검찰 간부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우 수석이 친소관계를 따져 인사에 개입하면서 균형을 무너뜨리고, 검찰 내부 불만을 키운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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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사단’ 실체 논란
입력 2016-07-22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