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필터가 ‘유해’… 판매량은 ‘모르쇠’

입력 2016-07-22 00:10
옥틸이소티아졸론(OIT) 3M 필터를 적용한 공기청정기 제품을 환경부가 공개하면서 에어컨·공기청정기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대다수 업체는 환경부가 지적한 해당 제품이 얼마나 유통됐는지 파악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실이 21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3M의 OIT 항균필터 공급내역’에 따르면 코웨이와 LG전자, 쿠쿠전자, 대유위니아, 삼성전자, 청호나이스, 프렉코 등 7개사에 총 118만2032개 필터를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렌털사들이 항균필터 전량을 제품에 탑재했다고 가정하면 최대 118만대가량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팔린 셈이다. 이들 필터 공급량은 2014년부터 지난 5월까지 수치로 이전 제품까지 포함하면 시중에 유통된 제품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체들은 “현재 파악 중”이라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23만8442개의 OIT 함유 항균필터를 3M사로부터 공급받았지만 이 필터가 들어간 공기청정기가 얼마나 팔렸는지 아직 파악 중이다. 삼성전자와 대유위니아도 국내 유통량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코웨이는 3M사의 OIT 함유 항균필터를 가장 많이 공급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OIT가 함유되지 않은 전체 3M 필터 수량”이라고 반박했다. 코웨이는 공식 홈페이지에 ‘국내용 필터에는 OIT가 함유되어 있지 않다’는 한국3M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을 게재하며 진화에 나섰다. 환경부가 지적한 필터는 3개 제품을 제외하곤 수출용이며 국내에서 유통된 공기청정기 중 OIT가 함유된 제품은 없다는 설명이다.

3번째로 많은 OIT 3M 필터를 납품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쿠쿠전자는 문제 제품의 국내 유통량을 4만5000∼5만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9개 모델 중 2∼3개 모델은 수출용으로 생산되는 제품이다. 청호나이스는 업소용 대용량 공기청정기에 OIT 3M 필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해당 공기청정기 월평균 판매량은 30대 정도, 전체 판매량은 1600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필터 공급량 중 일부는 테스트용, 사후관리를 위한 재고 등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공급받은 양보다는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쓰리엠은 이날 문제의 향균필터를 자발적으로 회수하고 제품 생산·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유통된 제품을 수거하는 것도 문제다. 김 의원은 “소비자에게 최종 전달되기 위한 목적으로 필터가 공급된 만큼 업체들은 문제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현황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최예슬 김판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