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4년 3월 영종도에 국내 첫 외국인 카지노를 허용하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의 청사진을 밝혔다. 미국계 카지노 업체인 리포&시저스컨소시엄(LOCZ)이 2023년까지 2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2018년까지 8000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2020년까지 8900억원의 관광수입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영종도 땅값이 폭등한 빅뉴스였다.
2년이 넘은 지금 이 업체가 실제 국내에 들여온 투자액은 570억원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1일 “현재 이 업체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은 5700억원이며 지금까지 실제 도착한 금액은 10분의 1인 570억원 가량”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리포측이 컨소시엄을 탈퇴하고 또 다른 기업이 합류해 새롭게 인허가 심사를 받아야하지만 아직까지 문화부에 심사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FDI는 신고액 기준으로 209억 달러다. 실제 국내에 유입된 도착액은 159억 달러로 신고액의 70% 수준이다. 여기에 도착액 중 투자자가 거둬간 회수액을 제외하면 FDI 순유입액은 100억 달러 초반으로 줄어든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FDI 순유입액은 10년째 100억 달러 전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의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이 배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일으키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국내총생산(GDP) 중 FDI에 의한 생산유발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90%에서 지난해 2.22%로 0.32% 포인트 늘었지만 GDP 내 부가가치유발효과는 같은 기간 0.89%에서 0.85%로 오히려 0.04% 포인트 감소했다. 고부가가치 첨단기술과 서비스업 관련 외국인 투자가 늘지 않으면서 경제성장 기여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종도 외국인 카지노 투자 사업과 같은 서비스업의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제조업의 1.2∼1.4배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의 외국인 투자는 제조업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지난 15년간 FDI 신고액 대비 도착액 비중을 살펴봐도 문화·오락산업은 19%에 불과했다. 외국인이 국내 문화·오락산업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실제 이뤄진 투자는 19억 달러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FDI 확대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투자 성과도 저조한 편이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우리나라 전체 FDI(도착액 기준) 1121억 달러 중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액은 56억 달러로 5%에 불과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FDI 규모 확대라는 양적 목표에 치중하기보다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 유치 등 질적 성장으로 정책적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기획] 사상 최대 외국인 투자… 알고보니 ‘속빈 강정’
입력 2016-07-22 04:00 수정 2016-07-22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