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행의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은행연합회가 21일 발표했다.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수협 등 14개 시중은행과 함께 외부 컨설팅을 거쳐 마련한 방안이다. 서로 경쟁하는 시중은행들이 자신들의 핵심 경영 전략인 성과 측정 방식을 공동 도입하는 것 자체가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행태다. 상반기 내내 금융 공공기관을 갈등의 장으로 만들었던 성과연봉제가 관치금융 현실을 타고 하반기 민간 은행에서 재연될 조짐이다.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은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최대 40%까지 연봉을 차이나게 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또 지점 단위의 평가 범위를 개인별로 하도록 규정했다. 성과급도 최고 등급과 최저 등급 폭을 최소 2배 이상이 되도록 설정하라고 했다. 연봉제를 도입할 때는 “기존 호봉제의 문제점인 임금 자동 상승에 대한 억제 대안을 반드시 도입하라”고 조건을 달았다. 사측 입장에 서 있는 은행연합회 입장이 충실히 반영돼 있다. 연합회는 씨티뱅크, HSBC,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해외 은행 평가보상 운영 사례도 참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은행에서는 은행들이 똑같은 성과연봉제안을 도입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은행별로 근무조건이나 급여체계가 다르기에 노동조합과 최종 합의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오는 9월 23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 지부별 노사 협상도 내년은 돼야 접점을 찾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금융노조 나기상 대변인은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실에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이 여전한 상황인데 금융 안정화 노력은 없고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고 있다”며 “정책 실패의 화살을 돌리려는 정부와 사용자의 꼼수”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은행 성과연봉 차등폭 최대 40%로
입력 2016-07-21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