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시도를 빌미로 반대파 탄압에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초법적 상황에서 반대파를 더욱 몰아붙이고 ‘에르도안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멈출 줄 모르는 에르도안의 폭정에 국제사회의 비난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내각회의 뒤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모든 쿠데타 세력의 바이러스가 제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사태 기간은 3개월이지만 연장할 수 있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에르도안의 권한은 막강해졌다. 이 기간 국민의 기본권은 제한되는 반면 대통령은 입법권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칙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언론보도도 제한된다.
영국 BBC방송은 비상사태 선포로 당장 1만명에 달하는 쿠데타 연루 군인의 구금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비상사태 기간 반대파에 대한 체포와 구금이 더욱 확대되고, 재판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사형제를 도입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그는 사형제도를 복원해 쿠데타 가담자를 처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사형제가 도입될 경우 유럽연합(EU) 가입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EU와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터키를 이란과 같은 신정일치의 이슬람 국가로 만들어 사실상 술탄(이슬람 세계의 통치자)이 지배하는 나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존 바스 터키 주재 미국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터키의 귈렌 추방 요청을 검토 중이며 터키가 제공한 쿠데타 연루 증거를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바스 대사는 그러면서 “미국은 구체적 증거 없이 터키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체포와 구금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성명을 통해 “터키가 반대파에 매우 심각한 탄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에르도안 ‘술탄의 꿈’… 터키 3개월 국가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6-07-22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