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테러 충격 틈타… 올랑드 ‘쉬운해고법’ 밀어붙이기

입력 2016-07-22 04:31
노동법개정에 반대하는 프랑스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지난 3월 마르세이유에서 '엘 콤리를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리암 엘 콤리는 노동법 개정 주무부처인 노동부의 장관이다. AP뉴시스

프랑스의 친(親)기업적 노동개혁법안이 다시 무표결 처리되면서 사실상 통과됐다.

프랑스 정부는 20일(현지시간) 헌법 49조3항 ‘긴급명령권’에 근거해 노동개혁법안을 다시 무표결 ‘날치기’ 처리했다. 지난 4개월 동안 프랑스 사회는 이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노동계는 총파업을 벌였고 젊은이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 긴급명령권으로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긴급명령권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의회 투표 없이 발효할 수 있게 한 권한이다. 발스 총리는 “좌·우파가 합의하지 못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법안이 일자리를 늘리고 프랑스 경제를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5월 이 조항을 이용해 노동개혁법안을 하원 표결 없이 상원으로 넘겼다. 이번 안은 상원에서 일부 수정돼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상원 통과도 확실시된다.

새 법안은 근무시간을 기존 주당 35시간에서 46시간, 예외적으로 60시간까지 늘리고 초과근무수당 할증률을 낮춰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노동시간이 늘어나 노동계에서 반발이 컸다.

300인 이하 기업에서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쉬워진다. 해고 노동자의 소송도 제한된다. 단위노조가 회사와 합의한 경우 산별노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돼 산별노조의 힘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50인 이상 기업은 업무시간 외에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에 대한 노사합의를 맺도록 했다.

대표적 노동단체인 노동자의 힘(FO)은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반민주주의적인 내용으로 더럽혀진 채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오는 9월부터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하원은 또 오는 26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국가비상사태도 내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파리 도심 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지난 14일 니스 테러가 또다시 발생했다.

7시간의 긴 토론에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초점이 맞춰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은 테러 의심자에게 전자발찌를 달아 가택연금이나 감금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반대쪽에선 국가비상사태 아래에서도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과도한 인권침해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