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 쪽박’ 비아냥에도 출구 못찾는 새누리 전대

입력 2016-07-22 00:30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1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내 커피숍에 들어서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역시 비박계 당권 주자인 김용태 의원과의 단일화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시스

새누리당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한 8·9전당대회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좀처럼 흥행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개봉 전 쪽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혁신을 경쟁하는 쇄신 전대를 꿈꿨지만 출마자들의 비전은 묻히고 계파 구도만 부각되는 형국이다. 초기에는 총선 책임론이, 지금은 녹취록 사건이 ‘전대 메인 메뉴’가 되며 주류 친박(친박근혜)계 견제 양상만 나타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당권 주자들은 21일 이른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의 공천 개입 녹취록 사건 비판에 열을 올렸다. 정병국 의원은 오전 라디오에 나와 “당에서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든지 해서 조사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법적 조치까지 취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에 문제가 되면 바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분명한 건 선거를 앞두고 권력 실세들이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협력했다는 것”이라며 “공작이냐 아니냐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윤리위 등 당 공식 기구에서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그냥 뭉개고 갈 순 없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도 서청원 의원이 “음습한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고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를, 기가 막히다”며 “덮을 일이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도 “당사자들이 빨리 공개석상에 나와 얘기하고 설명하고 사죄할 부분은 사죄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주영 의원은 “참 잘못된 일이고 부끄럽다”면서도 “계파를 떠나, 이해를 떠나 당 내부를 향한 총질은 자제해야 한다”며 비박계의 공세 자제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공천도 다 끝나고 선거도 다 끝났다” “지역구 조정을 하는 의원들 간 설득하는 노력의 과정” “개인적으로 대화했던 내용을 녹음해 노출시키는 것도 자성해야 할 사안” 등 친박계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정현 의원은 “소망스럽지 못한 사건”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는 녹취록 사건을 대하는 당원들의 표심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병국 한선교 김용태 의원 모두 4·13총선 당시 공천 파동에 대한 실망감으로 민심이 대거 이탈된 수도권 출신이다.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선거에서 떨어진 원외 인사 상당수도 친박 패권에 대한 울분이 가득한 만큼 이들을 자신들의 지지기반으로 삼겠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

반면 출마 선언 당시 친박계와 각을 세웠던 이 의원은 최근 ‘통합’ ‘화합’을 강조하며 친박계를 자극하는 언사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친박 대표선수’들의 중도 탈락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도 “화합하고 전진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며 공천 개입 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친박계는 여전히 구원투수 마련에 부심 중이다. 홍문종 의원도 최근 중진 의원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등판 여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으로 친박계가 존폐의 기로에 섰지만 오히려 표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청원 의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성회 전 의원이 답변을 유도한 뒤 녹취했다가 공천이 무산되니까 주변에 터뜨리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이 시점에 터뜨렸다”며 ‘공작설’을 연일 주장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