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서비스 해지 요구하면 “위약금 내라”

입력 2016-07-21 17:53 수정 2016-07-21 21:14
21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오르고 전국 곳곳에 폭염경보와 주의보가 이어지는 등 가마솥더위가 이어졌다. 서울의 한 건물 외벽에 가득 달린 에어컨 실외기에서는 더운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뉴시스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한여름, ‘생존 필수품’인 에어컨이 ‘위험한 물건’이 됐다. 환경부가 20일 유독물질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을 함유한 항균필터 제품명을 공개하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빠르게 퍼졌다. 가습기처럼 신생아나 임산부, 호흡기가 민감한 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는 올해 ‘미세먼지’ 문제로 누렸던 인기의 ‘역풍’을 고스란히 맞았다. 제품 회수가 시작됐지만 일부 업체의 대응은 불신을 키웠다.

3살, 7살 난 아들 둘을 키우는 박모(34·여)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쿠쿠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오다 환경부 발표를 보고 21일 렌털서비스를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해지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씨는 “피해 보상은커녕 계약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웨이 측은 OIT가 함유된 필터가 없어 교체나 환불 등의 조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객들에게는 이날 아침 ‘국내 판매되는 어떤 제품도 OIT가 함유된 필터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전모(31·여)씨도 문자를 받았다. 그는 삼성 에어컨도 함께 쓰는데 환경부가 공개한 모델명만으로 안전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업체도 정부도 믿을 수 없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아예 쓰지 않기로 했다. 전씨는 “6개월 난 딸이 미세먼지로 피해를 입을까 봐 올봄 내내 공기청정기를 틀었다”며 “이제는 공기청정기도 위험하고, 한여름인데 에어컨도 조심하라니 뭘 믿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모(37·여)씨는 지난해 1월 위니아 공기청정기를 구입해 매일같이 썼다. 시어머니가 폐렴으로 입원하고 아이들이 자주 감기를 앓은 게 공기청정기 탓인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씨는 “전액 환불을 요구했더니 보증 기간이 지나 부분 환불만 가능하다며 전액 환불하려면 소송을 걸라고 하더라”고 했다.

대전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신모(41)씨는 “아침부터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제품명을 묻는 학부모 전화가 수십통 왔다. 모두 문제없는 제품으로 확인됐는데 불안하다는 의견이 많아 당분간 선풍기만 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는 소비자연합회를 중심으로 전액환불과 건강검진비, 피해보상비 등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13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