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서 유해물질 나오다니

입력 2016-07-21 18:28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장착된 항균필터에서 인체에 해로운 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파문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가운데 또 다시 유해물질 방출 공포가 엄습한 것이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에어컨에 쓰이는 항균필터의 위해성 평가 결과 6개 제품에서 OIT가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OIT가 함유된 이 필터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88개 모델에 쓰였다. 삼성, LG, 코웨이, 청호나이스, 위니아 등 국내 대기업이 만든 상당수 제품에 적용됐다. 문제의 항균필터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3M이 생산한 것이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같은 생활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내뿜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불안해서 도저히 가전제품을 쓸 수 없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분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세먼지 파장, 가습기 독성 살균제에 이어 잇따라 유해물질 방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OIT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성분이 유사하지만 가습기 피해자들의 폐질환을 일으켰던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달리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노출됐을 때는 피부 발진과 눈 손상 등이 생길 수 있고 특히 유아나 어린이들은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문제는 유해 여부가 2014년 논란이 됐음에도 항균필터 생산 업체인 3M은 “인체에 해가 없다”며 그냥 넘어갔다는 점이다. 환경 당국이 이번에 조사 결과를 내놓자 뒤늦게 관련 제품을 자진 회수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필터는 무려 118만여개가 공급됐으나 유통 현황조차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3M은 지난달 항균필터 유해성 논란이 언론에 제기되자 환경부 고시에 따르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는 등 사실과 다른 입장을 밝혀 비난을 자초했다. 소비자의 ‘건강권’을 도외시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한 행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국민건강과 밀접한 가전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오고 있었음에도 선제적으로 조치하지 못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겠다. 우선 해당 제품 전수 조사 및 회수 계획을 조속히 확정해 시행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길이다. 법률이나 규정에서 제외돼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항균필터에 대한 관련 규정 마련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OIT 흡입 안전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것에 대비, 보상체계를 점검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드러냈던 어리석음을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