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프로야구판 검은 손, 왜 투수들만 노리나

입력 2016-07-21 18:14

한국 최고의 인기스포츠 프로야구가 난장판이 됐다.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다. NC 다이노스는 21일 검찰이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한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더 나아가 이태양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영구제명 조치가 기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2년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된 LG 트윈스 박현준과 김성현도 투수였다. 이들은 선수생명이 끊어지는 가혹한 처분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왜 승부조작의 검은 손짓을 뿌리치지 못했을까. 브로커들은 왜 투수를 표적으로 삼았을까. 바로 불법도박의 베팅 방식 때문이다.

합법적인 스포츠베팅은 프로야구에서 승패 또는 점수의 범위를 맞히는 게임을 진행한다. 반면 불법도박 사이트는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베팅 판을 키운다. 선발투수의 초구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첫 타자와의 승부에서 삼진을 잡는지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는지, 1회부터 실점하는지, 어떤 타자에게 홈런을 맞는지 등 게임이 다양하다. 오직 투수만 결정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승부조작 브로커는 은밀하게 접촉한 투수에게 특정 상황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거액을 건넨다. 투수는 감독의 지시와 다른 공을 던지고, 1회부터 실점해도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아 죄책감을 덜 수 있다. 몸이 덜 풀린 것으로 위장할 수 있어 감독 동료 심판부터 관중까지 모두 속일 수 있다.

프로 선수들 주위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조직폭력배들이 사업가 등으로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다. 이들은 선수들에게 선물과 향응 등 선심 공세를 통해 환심을 사고 이를 빌미로 협박을 일삼고 있다. 선수들의 경우 얼굴이 알려졌다는 공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협박과 회유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도 자신의 행동이 심각한 범죄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승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용돈벌이를 위해 나서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안지만도 방출돼 야구계 전체가 초상집이 됐다. 삼성은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투수 안지만에 대해 KBO에 계약 해지 승인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지만의 죄질은 특히 더 나쁘다. 마카오 해외 원정도박에 이어 지인이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할 때 돈까지 대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가 조직폭력배들이나 할 법한 직접 불법 도박사이트까지 운영한 셈이다.

KBO는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승부조작 연루 사건을 매우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관련 선수의 정황이 확인되는 즉시 출장정지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실격 등 일벌백계하겠다”고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