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뉴델리’ 감정결과 모두 가짜로 결론났다”

입력 2016-07-21 18:21
고(故) 천경자 화백의 ‘뉴델리’(위). 이 작품 서명에 있는 ‘뉴’(왼쪽)와 다른 작품의 ‘뉴’자 비교. 출판사 라의눈 제공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1977)는 물론이고 ‘뉴델리’(1979)도 위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감정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동천(사진)씨는 21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에서 ‘미술품 감정비책’(라의눈) 출간 기자회견을 갖고 “천 화백의 두 작품을 감정한 결과 가짜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이씨는 “‘미인도’의 경우 코와 입술 사이 인중이 이등변삼각형으로 그려져 있다”며 “다른 인물화는 인중이 없거나 있더라도 역삼각형으로 윤곽만 표시했기 때문에 위작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머리에 쓴 꽃다발도 다른 작품에서는 펜으로 밑그림을 그린 흔적이 있으나 ‘미인도’는 전혀 없어 가짜로 보인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씨는 또 8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는 107점 중 ‘뉴델리’가 천 화백의 서명 습관과 달라 위작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뉴델리’의 서명 가운데 ‘뉴’의 ‘ㅠ’자 왼쪽 획이 바깥쪽으로 삐쳐있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뉴멕시코아바끼’ ‘서커스 뉴욕’ 등 ‘뉴’가 들어간 작품 10점을 비교해도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1979년을 한문으로 표기한 ‘一九七九’에서 ‘七’은 글씨 속도가 느리며 마지막 필획의 끝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도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쓴 같은 글자를 보면 모두 필획의 끝이 위를 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뉴델리’는 개인 소장가가 천 화백에게서 직접 구매한 작품으로 소장 경로까지 확인돼 위작 논란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