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절벽’ 현실화… 하반기 내수 8.7% 급감

입력 2016-07-22 00:10



올해 하반기 자동차 내수시장의 판매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종료됐고,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데 따른 영향이다. 이에 연간 판매량도 3년 만에 감소할 전망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침체를 겪을 분위기여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옛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21일 ‘2016년 하반기 경영환경 전망’을 발표했다. 연구소는 하반기 차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89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노후 경유차 폐차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통한 판매 순증 효과는 3만대에 불과해 하락세를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전망이 맞는다면 상반기 판매호조에도 올해 내수 총계는 182만대로 전년 대비 0.5% 줄어들게 된다. 상반기 내수는 개소세 인하 연장과 국내 업체들의 신차 판매 효과에 힘입어 93만대가 판매됐다. 상반기 기준 증가율 9.0%는 2010년 상반기 16.2%의 성장률을 보인 이래 최대 수준이었다.

글로벌 차 시장도 성장세가 주춤할 전망이다. 연구소는 하반기 전 세계에서 4452만대의 차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 판매량은 총 8826만대로 전년 대비 2.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구소가 올해 2월 전망한 연간 2.5% 성장률보다 소폭 하향된 수치로 2년 연속 2%대의 저성장 기조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낮을 전망이다. 특히 유럽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반기 0.7%만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시장 성장률도 하반기 1.2%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연간 최저 성장률인 1.3%를 기록할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유럽이 9.1%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차 시장을 견인했다. 미국은 성장률 1.5%로 저성장을 보였고, 브라질과 러시아는 각각 -25.1%와 -14.1%로 지속적인 하향세를 나타냈다.

게다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경쟁국가에 비해 뒷걸음질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생산라인 해외 이전과 노사갈등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유독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455만5957대로, 2011년 465만7094대보다 2.2% 감소했다. 상위 10개국 가운데 4위 독일과 5위 한국, 10위 브라질만 생산량이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국가 1위인 중국은 지난해 생산 2450만3326대로, 5년 전에 비해 33.0% 늘었다. 2위 미국과 3위 일본도 같은 기간 생산량이 증가했다. 6위인 인도는 2015년 생산 대수가 412만5744대로 2011년 대비 4.8% 증가해 수년 내 한국을 제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위 멕시코와 8위 스페인도 생산량이 각각 33.0%, 11.8% 뛰면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그동안 해외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고비용, 관세장벽, 노조 리스크 등의 이유로 해외에 생산공장을 늘려왔다. 국내 생산능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국내에서 수출한 차량은 2011년 315만1708대에서 2015년 297만4114대로 5.6% 줄었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생산은 2011년 314만683대에서 2015년 441만1617대로 40.5% 증가했다. 이 기간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중국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러시아와 브라질에 공장을 신축하는 등 해외 생산거점 구축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는 자동차 수출 감소에도 다행히 내수가 성장해 주면서 버텨낼 수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내수·수출 동반감소로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