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아는 만큼 보인다 <1> 양궁] ‘보배 드림’ 시위를 당기다

입력 2016-07-22 05:41
한국 여자 양국의 간판스타 기보배가 지난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KIA의 경기에 앞서 소음대비 특별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8월 지구촌은 다시 축제에 빠져든다. 우리 국민들은 새벽잠을 설쳐 가며 태극전사들이 연출하는 감동의 드라마를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올림픽 종목에 대해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올림픽도 아는 만큼 보인다. 왜 덴마크가 핸드볼 경기에 그토록 열광하는지를 알면 올림픽을 보는 재미가 더 커진다. 15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의 종목들 역사와 스타 스토리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약 1만5000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의 작품으로 알려진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엔 활과 화살로 동물을 사냥하는 인류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과거 활쏘기는 사냥뿐만 아니라 전쟁의 필수 요소였다. 그러나 16세기 후반 총포의 등장으로 활은 사냥과 전쟁 도구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1820년대 양궁은 영국에서 귀족들의 소일거리로 인기가 높았다. 서서히 양궁은 형식과 기술, 에티켓 등을 갖춘 스포츠로 진화했다. 사냥이 인기를 끌었던 미국과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양궁을 도입했다. 양궁은 1900 파리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올림픽 초기 양궁 스타로는 위베르 반 이니스(벨기에)를 꼽을 수 있다. 그는 1900년부터 1920년까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4개를 따냈다. 양궁은 다른 종목과 달리 처음부터 여자 선수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었다. 영국의 퀴니 뉴월은 53세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는데, 그녀는 올림픽의 모든 종목을 통틀어 최고령 여성 금메달리스트로 남아 있다.

양궁은 1920년 벨기에의 안트워프에서 열린 제7회 올림픽을 끝으로 공식 종목에서 퇴출됐다. 참가 선수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양궁 참가국은 영국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밖에 없었다.

세계양궁연맹(WA)는 1931년 9월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창설됐다. 미국과 스웨덴 이탈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프랑스 헝가리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 양궁은 미국에서만 인기를 끌었을 뿐이었다.

저변을 넓혀 가던 양궁은 1972 뮌헨올림픽에서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미국이 메달을 휩쓸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와 1990년대 남자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선 이웃집 잔디밭에서 자기 집 차고로 화살을 쏘며 훈련한 스무 살짜리 저스틴 허시가 금메달을 따내 화제를 모았다. 그는 2000 시드니올림픽을 준비하던 중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검거됐는데, 이후 미국 양궁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메달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미국이 몰락한 후 한국이 새로운 강호로 떠올랐다. 한국은 1988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으며 2000년, 2004년, 2012년 대회에서도 금메달 3개씩을 따냈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올림픽 금메달 28개 중 18개(64%)를 쓸어 담았다.

WA는 한국의 독주를 막고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2012 런던올림픽부터 총점 대신 세트제로 본선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전에선 두 선수가 한 세트에 3발씩을 쏴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받는다. 최장 5세트까지 치러 6점 이상을 먼저 얻으면 승리한다. 3명이 출전하는 단체전에선 한 세트에 6발씩 4세트를 겨뤄 5점 이상을 먼저 얻으면 이긴다. 마지막 세트까지 동점이 나올 경우 ‘슛오프’를 치르는데, 한 발씩 추가로 쏴 과녁 중심에 더 가까이 화살을 꽂은 선수가 이긴다.

한국은 세트제 방식으로 바뀐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양궁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당시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는 여자 단체전 우승에 이어 개인전에서 슛오프 끝에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을 제압하고 2관왕을 차지했다. 기보배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사상 첫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한다.

양궁이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이후 개인전에서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건 선수는 대럴 페이스가 유일하다. 미국 남자 양궁의 전설인 페이스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 정상인 한국 여자 양궁에서도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두 개를 딴 선수는 없다.

WA는 20일 ‘리우올림픽 엔트리에서 주목할 10가지 사항’이라는 제목의 기상에서 “기보배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페이스의 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얻은 선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