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마무리 투수의 성적이 3패, 6블론세이브(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것)라면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피칭을 최고 마무리 선수가 하고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 정우람이다.
정우람은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⅔이닝 3피안타 1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 때문에 한화는 1대 4로 패하며 4연승 달성에 실패했다.
정우람은 1-1로 팽팽히 맞서던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두타자 배병옥에게 안타를 맞은 뒤 이대형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했다. 이어 폭투까지 범하며 1사 3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앤디 마르테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2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또 유한준에게도 안타를 맞은 뒤 강판됐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장민재가 정우람이 남겨둔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며 3실점(3자책)이 됐다.
한화로서는 무척 아쉬운 경기였다. 선발 에릭 서캠프가 6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작성한데 이어 권혁(1⅔이닝 무실점)과 정대훈(⅓이닝 무실점)이 호투하며 경기를 9회까지 몰고 갔던 터였다.
정우람은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불펜투수 역대 최고액인 4년 84억원이라는 잭팟을 터트리며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이런 높은 몸값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정우람은 앞서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도 1-4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라 최형우와 아롬 발디리스에게 연속으로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는 11일 만의 등판이었기에 충분히 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타당하며 김성근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의 부진으로 중위권 도약을 꿈꾸던 한화는 1패 이상의 충격을 안게 됐다.
하위권으로 떨어진 삼성 라이온즈는 선두 두산 베어스를 5대 4로 꺾고 후반기 첫 승을 신고했다. 또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의 수훈갑은 외국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였다. 발디리스는 3회초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마이클 보우덴의 3구째 시속 146㎞짜리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사실 발디리스는 삼성의 애물단지였다. 양쪽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아 5월 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두 달 가까이 재활에만 매달렸다. 결국 지난달 30일이 돼서야 1군에 돌아왔지만 공격력이 떨어진 삼성은 그 사이 중위권에서 꼴찌를 다투는 처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발디리스는 화려한 백조가 됐다. 복귀 이후 11경기에서 타율 0.342(38타수 13안타) 4홈런 13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발디리스는 “육체적, 정신적 부분에서 모두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특히 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타석마다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공수 양면에서 더욱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3 동점이던 8회말 터진 이택근의 결승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7대 3 승리를 거뒀다. 롯데 자이언츠는 KIA 타이거즈와의 난타전 끝에 9대 6으로 승리하며 단독 5위 자리를 탈환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몸값 84억원 정우람 악투… 한화 4연승 실패
입력 2016-07-21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