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에어컨 유독물질 방출… 88개 모델 회수 권고

입력 2016-07-21 00:09 수정 2016-07-21 00:09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탑재된 항균필터에서 ‘살인 가습기 사태’를 일으킨 성분과 비슷한 독성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독성물질이 함유된 항균필터가 쓰인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모두 회수토록 기업에 권고 했다.

환경부는 20일 “공기청정기, 차량용 에어컨 내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을 함유한 항균필터의 위해성 평가 결과 6개 제품이 사용과정에서 OIT를 방출하는 것으로 확인돼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OIT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계열의 독성물질이다. 입으로 먹거나 피부에 닿으면 유해하며, 어류 등 수생환경에도 유해해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됐다.

OIT가 함유된 항균필터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88개 모델에 쓰였다. 공기청정기는 위니아, 쿠쿠, LG, 삼성, 코웨이, 청호나이스, 프렉코 등 7개 회사 제품 58개 모델에 쓰였다. 차량용 에어컨은 현대모비스, 두원에서 만든 3개 모델이다. 가정용 에어컨은 LG와 삼성의 27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문제의 항균필터는 대부분 3M에서 제조했다. 두원이 제조해 판매하는 자동차 에어컨 필터 1개 모델을 제외하고 모두 3M 제품이었다.

환경부는 지난달부터 OIT 함유량이 높은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에어컨 필터 6개 모델을 골라 위해성을 평가했다. 공기청정기를 실험 챔버(26㎥)에서, 차량용 에어컨은 실제 차량에서 가동하고 필터 속 OIT 함량 변화를 비교했다. 위니아 ‘초미세먼지 헤파필터’, 쿠쿠 ‘4in1 HEPA FILTER’, LG ‘FLA-V079SE’ 공기청정기 필터 3종과, 현대모비스 ‘Mobis Besfits’, 두원 ‘HD아반테 필터 2015년형’, ‘2016년형’ 차량용 에어컨 필터 3종이 대상이 됐다.

6개 제품이 모두 필터 속 OIT를 공기 중으로 방출했다. 공기청정기 필터에 들어있던 OIT는 기기를 120시간 동안 최대 풍량으로 가동했을 때 25∼46%가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왔다. 차량용 에어컨 필터는 최대 풍량으로 8시간 가동하자 필터에 포함된 OIT의 26∼76%를 방출했다. 현대모비스 차량용 에어컨 필터 방출율이 76%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위니아(46%), 두원 2015년 모델(37%), 쿠쿠(34%)가 이었다.

동물에게 주는 영향 수준을 측정하는 ‘한계노출(MOE)’은 쿠쿠 공기청정기가 62, 현대모비스 차량용 에어컨 필터가 89로 위험한 수준이었다. 100 미만이면 위해가 우려된다고 판단하며, 수치가 낮을수록 해롭다.

환경부는 공기 중에서 검출된 OIT는 0.0004∼0.0011㎎/㎥로 극히 미량이지만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인체에 유해할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제품들도 독성물질이 나오는 걸로 간주하고 조치하기로 했다”며 “OIT가 함유된 필터 전 제품은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회수권고 조치하고 실제로 얼마나 흡입되는지 등을 학계, 전문가 등과 추가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OIT 외의 물질로 처리한 항균필터도 수거한 후 안전성을 검증한다.

필터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제품 자체는 전기용품 안전관리법에 등 산업통상자원부 소관법의 관리를 받는데 부품인 ‘필터’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필터는 환경부가 관리하는 방부제, 방충제 등 15종 위해화학물질 제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