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폭주족 국정 안돼”… 황 총리 “軍은 강해야 한다”

입력 2016-07-21 04:06
한민구 국방부 장관(뒷줄 왼쪽)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맨 오른쪽)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드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앞줄 왼쪽)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야당은 20일 이틀째 계속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실종된 갈등 조정 기능 탓에 불거진 극심한 국론 분열을 집중 질타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해임 요구까지 터져나왔다.

“폭주족이 주도하는 국정”

더민주 정재호 의원은 ‘청와대 안보실장·국방부 장관 해임권고 결의안’과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했다. 정 의원은 “폭주족이 주도하는 국정은 더 이상 안 된다”며 “국방·안보를 매파, 강경파가 주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 배치 지역 선정 과정에 대해 “군인 출신이 주도하는 대민사업은 0점이다. 마치 군사작전 하듯 민간인을 대한다”며 총리에게 국방·안보라인 교체를 대통령에게 건의하라고 말했다. 황교안 총리는 이에 “국방부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한다, 매파로 한다고 말하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군은 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군 준장 출신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은 “정부의 독선과 아집, 오만과 불통에 대한 분노가 다시 한번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굳히게 했다”며 소통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교섭단체 보고 때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협의’라고 했는데 결정 발표 2∼3시간을 앞두고 협의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느냐”고 따지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의원과 협의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협의해온 결과를 보고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애초부터 국회와 협의할 생각 없이 결과만 보고했다는 뜻이다.

사드, 美 MD체계 의혹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첫 질문자로 나서서 “사드 배치는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MD체계에 편입되는 것”이라며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장관은 “MD체계 편입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며 “김대중정부 이래로 MD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지역 MD가 되지 않도록 돼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또 “대선을 앞두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미국 요구에 우리 정부가 쉽게 끌려갔다”며 사드 배치를 ‘미국 눈치보기’로 규정했다. 황 총리는 “미국은 아주 중요한 동맹이지만 사드 배치는 자위권 차원에서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라며 자주적 선택임을 강조했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도 한국의 MD체계 편입 의혹을 집중 질의했다. 강 의원은 황 총리에게 “미국이 1조5000억원이나 되는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서 오로지 한국의 이익만 위해 배치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조차 사드를 MD체계라고 말하는데 왜 황 총리가 이를 부인하느냐”고 꼬집었다.

황 총리는 “사드는 한·미가 같이 협의해 운용하는 것”이라며 “MD체계와 관계없다”고 했다. 다만 협의 운용을 약속한 문서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료가 있다고 해도 줄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섰다.

베이징대 출신 더민주 김영호 의원은 “사드 발표 이후 중국 언론에서 수위를 높여 한국을 비난한다”며 삼성전자를 거론한 경제제재 기사와 경북 성주에 미사일을 겨냥하겠다는 기사 등을 소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 정부가 보복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 없다”며 “여론에 과도하게 대응·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