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에 담은 ‘질주하는 청춘’

입력 2016-07-21 21:34

미국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는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39)는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사진작가로 꼽힌다. 전 세계 도시를 돌며 전시회를 열고 있고, 오스트리아 빈 쿤스트할레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MOMA)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3∼2014년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라이언 맥긴리-청춘, 그 찬란한 기록’ 전시회는 미술관 바깥에 길게 늘어선 인파로 화제가 됐다.

자연을 배경으로 나체의 젊은이들을 찍는 그는 ‘청춘을 기록하는 사진작가’로 불린다. 그의 사진 속 젊은이들은 들판을 질주하고, 요란하게 터지는 폭죽 한 가운데 서 있고, 여럿이 함께 물에 뛰어든다. 물론 모두 다 벗은 채로.

미국의 예술비평가 크리스 크라우스는 “정식 사진 훈련을 받은 적도 거의 없고 그래픽 디자인 학사 학위가 전부인 맥긴리는 25세에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단독으로 개인전을 연 가장 젊은 예술가가 되었으며 동시대 젊은이들의 아바타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18세까지 스케이트보드에 빠져 살았던 맥긴리는 예술학교에 진학한 뒤 가까운 친구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다가 사진집을 냈고, 이것이 주목받으면서 휘트니 미술관 개인전으로 이어졌다.

‘라이언 맥긴리 컬렉션: 바람을 부르는 휘파람’(윌북)은 맥긴리를 스타로 만들어준 그의 첫 번째 사진집이다. 국내 처음 출간되는 맥긴리의 사진집이기도 하다. 맥긴리의 초기 사진 132점을 수록했다. 책에는 2003년 ‘엘리펀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미국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와 나눈 대담도 실려 있다. 이 대담에서 맥긴리는 청춘들의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서 “청춘이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며 “청춘은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과 무수한 혼란, 분노, 낙천주의가 모두 한데 어우러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고 대답했다.

맥긴리가 찍은 청춘들은 가볍고 자유롭고 즐겁다. 아마추어 모델들을 고용해 자연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의 사진 속 청춘들에서는 현실의 ‘중력’이 느껴지지 않으며, “마치 세상이 휴양지이기라도 한 것처럼” 쾌활하다. 그는 현실의 청춘이 아니라 상상 속의 청춘 또는 환상을 찍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