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차이나 머니 ‘할리우드’ 삼키나

입력 2016-07-20 18:39 수정 2016-07-20 21:23

중국 자본은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눈독을 들인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와 영화관 체인도 집어삼키고 있다.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영화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갑부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이끄는 완다(萬達)그룹은 미국 굴지의 영화제작·배급사 파라마운트의 지분 49%를 인수하려고 모회사 바이어컴과 협상 중이다. 완다그룹은 올해 초에는 영화 ‘다크나이트’ ‘쥬라기월드’ 등을 제작한 레전더리픽처스를 35억 달러에 사들였다. 또 미국 영화관 체인업체 AMC와 카마이크시네마에 이어 영국 영화관 체인 오데온&UCI까지 인수하기로 했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완다그룹은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가 된다. 완다그룹은 2020년까지 전 세계 박스오피스의 20%를 장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완다그룹을 필두로 중국 자본의 할리우드 사냥이 본격화되고, 중국 관객의 미국 영화 소비도 급증하면서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대한 중국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2013년 영화 ‘퍼시픽 림’은 미국 흥행 실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중국에서 성공한 덕에 속편이 제작될 예정이다. 최근 개봉한 ‘인디펜던스데이: 리써전스’에는 중국 톱스타 안젤라베이비가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오고 중국 대표 메신저 QQ와 중국 대표 우유 멍뉴(夢牛)도 나온다.

다만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자국 영화산업 성장세도 주춤해져 미국을 따라잡는 시점은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올 상반기 중국 내 박스오피스 수입(영화 상영 수입)은 37억 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의 실적(55억6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WSJ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라 박스오피스 수입이 늘어나는 속도도 느려져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올라서려는 발걸음이 늦춰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내년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이 100억3000만 달러에 달하고 미국은 100억1000만 달러에 그쳐 처음으로 순위가 역전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2020년에는 중국 150억1000만 달러, 미국 110억 달러로 둘 사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WSJ의 보도 내용은 이처럼 양국 순위가 뒤바뀌는 시점이 좀 더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시기만 지연될 뿐 중국 영화산업이 팽창하는 추세 자체는 변함이 없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