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의 실제 집행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중앙은행 발권력 동원을 둘러싸고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까지 벌이며 4월 총선부터 석 달간 겪은 진통이 시장 상황과는 동떨어진 논쟁이었던 셈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수출입은행 1조원 규모 현금 출자 방안이 성사 단계에 이르렀고, 자본확충펀드의 복잡한 집행 구조로 금리도 높아져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별 매력이 없어졌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8일 10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1조원 상당을 수출입은행 현금 출자에 쓰도록 사실상 합의했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펀드 이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야당 의견이 관철된 결과다.
애초 정부는 한국은행의 10조원 펀드 마련과 별도로 국회 동의 없이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동원할 수 있는 1조원 현물 출자를 수은에 약속했다. 1조원이면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0.7% 높아져 정부 목표치인 10.5%에 근접하게 된다. 추경 현금출자 1조원과 주식 등 현물출자 1조원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자본확충펀드 이용 필요성은 더더욱 낮아진다.
산은과 수은이 자본확충펀드에서 돈을 빌릴 경우에도 금리가 시세(연 2.1%)보다 높은 연 2.4%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되면서 실제 이용을 최소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한은 발권력 동원 논란을 피하기 위해 IBK기업은행을 거쳐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도록 한 데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까지 끼워넣으면서 각종 비용이 발생해 산은과 수은의 자체 코코본드 발행보다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19일 공개된 지난 1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한은은 비상계획 차원에서 보완적·한시적으로 참여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규정했다. 펀드 대출 시에도 “시장을 통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도덕적 해이가 방지될 수 있도록 시장 실세금리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고, 손실 최소화 장치를 마련한다”고 나열했다. 말 그대로 금융시장 붕괴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로 명명된 이후 3개월간 대논쟁을 일으킨 결론치고는 허무한 게 사실이다. 한국금융학회장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석 달간 불필요한 논쟁을 했다”며 “일찍 추경을 하고 그 돈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면 정부가 강조했던 착수 시점도 더 앞당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집행 가능성 점점 낮아지는 ‘자본확충펀드’
입력 2016-07-20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