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파트 하자 분쟁 1년 새 2.5배로 급증 왜?

입력 2016-07-21 00:10

경기도 A아파트의 입주자 1062명은 지난해 단체로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하자 심사 신청을 했다. 건설사가 온돌바닥에 부실한 중국 제품을 써 층간소음이 발생한다는 게 이유였다. 입주자들이 층간소음 문제로 건설사에 하자 보수를 요구했지만 계속 거부하자 단체 민원을 제기한 것.

인천의 B아파트 입주자 544명은 건설사가 창문을 복층이 아닌 단층으로 만들어 결로가 발생한다며 역시 하자심사분쟁조정위를 찾았다. 건설사가 하자 보수를 거부할 때 입주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체로 민원을 넣는 일뿐이기 때문이다.

하자 심사·분쟁 조정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20일 하자심사분쟁조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하자 관련 심사·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4244건을 기록했다. 2014년 1676건보다 2.5배로 늘었고 2010년 조정 신청 건수(69건)보다는 6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위원회는 아파트 건설사와 입주자 사이에 하자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하자 여부를 행정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2009년 발족됐다.

지난해 하자 심사·분쟁 조정 신청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우선 단체 신청이 증가해서다. 2014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입주자가 개별적으로 하자 심사·분쟁 조정 신청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의 존재가 아파트 입주자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입주자가 건설사와 하자 보수 관련 분쟁을 해결할 수 없을 때 단체행동의 수단으로 위원회 조정 신청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위원회가 하자로 판단할 경우 건설사는 15일 내로 하자를 보수하거나 보수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장에게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받는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 단지 입주자가 1000건의 하자 조정 신청을 내 모두 하자로 인정받을 경우 건설사는 15일 안에 보수하지 않으면 10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하자 보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어난 점도 하자 심사·분쟁 조정 신청이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새 아파트 입주자일수록 하자에 민감해 하자 조정 신청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 분양 실적은 52만5467가구로 사상 최대다.

위원회에서 하자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225개 건설사를 상대로 160건의 하자 소송이 진행됐다. 입주자가 위원회에서 하자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법원 소송을 내는 이유는 위원회와 법원의 하자 판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찬호 선임연구위원은 “국토부와 법원의 하자판정기준이 여전히 다른 경우가 많아 하자 관련 사회적 갈등 비용이 높다”며 “법원이 하자 판단을 국토부 고시인 하자판정기준에 따르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