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을 사실상 집권여당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김종인(얼굴) 비대위 대표가 당 지도부를 이렇게 격려했다. 4·13총선 승리 이후 주요 현안에 대한 당의 ‘합리적 대응’에 국민적 호응이 뒤따르고 있다며 지도부를 치켜세운 것이다.
‘친박’ 자멸, 측근 스캔들, ‘사드 난국’ 등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는 정부를 보며 더민주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도부는 각종 현안에 대응하는 의원들의 자세를 칭찬하는 한편 ‘책 잡힐’ 일이 없도록 내부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실책만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국정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근저에 놓여 있다.
복수의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회의에서 더민주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국내 배치와 관련해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대응했고, 과거 야권 이슈가 아니었던 구조조정 문제를 이끌어간 점 등을 거론하며 당이 수권정당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국민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역시 현 정권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고 과거 정부까지 총체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전달했다. 정부·여당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더민주가 균형감을 발휘하며 ‘책임감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였다는 자평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우리 당 의원들이 이슈를 선점해 파이팅 넘치게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전 야당처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으로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에서 우리 당을 수권정당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더민주의 이런 스탠스는 사드 배치 대응 방식에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당 지도부는 신중론을 펴고, 개별 의원의 반대 의사는 독려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여당의 명백한 실책은 국민의당과 공조하며 강력한 대여(對與) 공동전선도 구축했다. 자멸하고 있는 여당에 국정 운영 우위를 선점하면서 ‘책임 정당’이자 ‘제1야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는 평가를 한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정부가 안보와 경제 위기를 매개로 국민과 정치권에 위압적 자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협치가 가능할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독선과 아집으로 국민을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을 빨리 버리는 게 좋다”고 ‘준엄하게’ 정부를 꾸짖었다.
하지만 내부에선 교만한 자세가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는 경계감도 나온다. 국회 개원 한 달여 만에 이미 말실수와 엉터리 폭로, ‘갑질’ 비리 등이 쏟아져 나왔다. 당장 지난 총선에서 검찰에 입건된 의원만 100명이 넘는 만큼 사정 역풍을 우려하는 시선도 크다. 집권 전략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김종인 지도부’에 대한 당내 불만이 적지 않은 점도 리스크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단독] 김종인 “우릴 집권당으로 생각하는 국민 늘었다”
입력 2016-07-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