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 선임 과정이 갈수록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별다른 이유 없이 재공모 절차에 들어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자초하더니 최종 후보 선정 당일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들 간 의견 충돌로 후보 선정이 무산됐다.
대우건설은 20일 “이날 오전 신임 사장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사추위원들 간 의견 조율이 안 돼 결론을 못 내리고 조만간 사추위를 다시 개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추위는 이날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 중 최종 후보를 확정해 같은 날 열리는 이사회에서 승인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정 후보를 놓고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대우건설 노조가 박 상임고문을 ‘외부 낙하산’으로 규정하는 등 산업은행의 후보 선정 개입 의혹이 확산되자 위원들이 후보 선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추위는 신임 사장 선정을 둘러싸고 잦은 일정 변경으로 논란의 불씨를 제공해 왔다. 박영식 대우건설 현 사장을 비롯한 내부 인사 2명을 후보로 압축해놓고도 재공모에 들어갔고, 지난 1일까지였던 재공모 기간도 8일까지 늘렸다. 산업은행은 사추위원들이 신중을 기하기 위해 결정을 미뤘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이날 상반기 경영설명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포인트는 대우조선해양의 최고경영자 선임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 부분에서 위원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밝혔다.
후보 선정이 미뤄지면서 대우건설의 사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영식 현 사장 임기가 지난 14일 만료됐지만 차기 사장 선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시공능력 평가 3위인 대우건설의 경영 공백도 길어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추위가 이후 일정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 못한 것은 그만큼 위원들 간 의견 차이가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논란이 장기화될수록 새로운 사장이 온다고 해도 수습 과정 역시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산으로 가는 대우건설 사장 선임
입력 2016-07-21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