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마포경찰서 서장실·청문감사관실·생활안전과 등 총 3곳에 ‘익명의 투서’가 한 통씩 도착했다. 투서에는 A4 용지 1장 분량으로 마포서 소속 경찰관 2명이 모 업소로부터 접대를 받고 ‘봐주기 단속’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경찰관들은 즉각 투서를 보낸 이를 고소했고, 현재 경찰과 업주의 진실 공방이 진행 중이다.
투서를 작성한 사람은 자신을 ‘구속된 업주 홍모씨의 지인’이라고만 설명했다. 홍씨는 경찰의 불법 성매매 업소 단속에 적발돼 지난 5월 구속된 인물이다. 홍씨의 지인은 투서에서 “한 업소는 지난해 뇌물을 받고 단속 정보를 흘리다 구속된 마포서 전모(44) 경위 측에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다. 그래서 경찰들이 이 업소를 잘 단속하지 않는다. 접대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경위는 2014년 성매매 업주로부터 12회에 걸쳐 265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투서가 지목한 경찰관은 마포서 생활질서계 소속 A경장(31)과 마포서 C지구대 소속 B경장(37) 등 모두 2명이다. B경장은 구속된 전 경위와 짝을 이뤄 단속을 다닌 적이 있다.
의혹이 제기된 두 경찰관은 “단속을 봐준 적도 없고 부적절한 접촉을 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투서를 보낸 사람을 찾아 무고죄로 처벌해 달라며 지난 15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투서를 구속된 업주의 ‘공작’으로 해석한다. 업주 측에서 경찰 수사에 앙심을 품고 단속 경찰을 괴롭힐 목적으로 허위 투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의혹이 제기되면 해당 경찰관은 내부 감찰을 받는 등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되고 주변 경찰관들은 적극적으로 단속 업무에 나서기를 꺼리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20일 “떳떳하지 못하니 익명으로 편지를 보낸 게 아니겠느냐”며 “의혹이 제기된 업소도 단속에 적발됐다. 전체적으로 투서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투서를 전달받아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한 수사를 위해 소속 경찰서가 아닌 다른 경찰서가 내사를 진행한다. 경찰은 투서 내용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신자를 역추적하는 한편 A경장과 B경장의 통신·금융 거래 내역을 분석해 업주들과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서대문경찰서는 마포서 소속이던 이모(42) 경사가 구속된 성매매 업주 홍씨와 수시로 연락하고 500만원을 받은 내역이 확인돼 내사에 착수한 바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단독] “비리 경찰들 더 있다” 잇단 투서… 업주의 공작?
입력 2016-07-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