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벤처를 대표하는 두 인물인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정주 NXC 대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 의장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미국과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시키며 한국 IT 기업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반면 김 대표는 진경준 검사장 및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에 휩싸이면서 사법처리 위기에 놓이는 처지가 됐다.
이 의장과 김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다. 대학 때 인연은 카이스트 석사과정으로도 이어졌다. 두 사람은 룸메이트로 지내며 서로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1994년 넥슨을 창업했고, 이 의장은 99년 네이버컴(현재 네이버)을 설립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넥슨은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을 성공시키며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 업체로 입지를 다졌고, 네이버는 검색을 비롯해 인터넷 전반에서 절대강자가 됐다.
두 사람은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외부의 비판에 시달려 왔다. 넥슨은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무료로 게임을 하고 아이템을 유료로 구입하게 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일각에선 게임의 재미보다 수익을 지나치게 추구한다는 비판과 함께 넥슨을 ‘돈슨’(돈+넥슨)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네이버는 외연을 확장하면서 언론을 비롯해 많은 분야 사업자들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은둔의 경영’을 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김 대표는 회사 창업 13년 만인 2013년 넥슨컴퓨터박물관 설립 기자간담회에 등장했었다. 그리고 3년 후 검찰에 소환되면서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이 의장은 지난 15일 라인 상장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2년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대표를 바라보는 게임업계의 시선도 바뀌고 있다. 친구인 진 검사장에게 주식을 무상 제공한 사실이 밝혀질 때만 해도 “김 대표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특별히 권력과 밀접할 이유가 없는 사업을 하는 넥슨이 검사에게 로비를 할 이유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잇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김 대표를 보는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특히 대학 친구인 진 검사장에게 주식을 무상 제공한 것을 두고 김 대표가 ‘주식으로 검사를 매수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게다가 넥슨을 함께 일궜던 정상원, 송재경 등 창업공신들은 당시 넥슨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났다. 김 대표는 함께 땀 흘린 사람에게는 인색하면서 힘있는 지인에겐 돈으로 아부하는 경영자라는 이미지를 벗기 힘들게 됐다.
반면 네이버 주식 4.64%만 보유 중인 이 의장은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에게 자신보다 배나 많은 스톡옵션을 배정한 사실도 최근 라인 상장 과정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출발선이 같았던 두 친구의 처지는 지금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웃고 울고… 한국 ‘IT 신화’ 두 절친
입력 2016-07-21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