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최고의 순간으로 남아야 하는 후보 아내의 연설이 표절 논란으로 얼룩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아내 멜라니아(왼쪽 사진)의 연설이 현재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오른쪽)의 8년 전 연설을 베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사달이 나기까지 트럼프 캠프의 뒷이야기를 20일 보도했다.
당초 멜라니아의 연설문을 맡은 건 보수진영에서도 손꼽히는 연설 전문팀이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선거캠프는 2001년 9·11테러 당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국민 호소문을 쓴 것으로 유명한 연설문 작가 매튜 스컬리와 존 매코넬에게 멜라니아의 연설문을 의뢰했다. 슬로베니아 출신 이민여성인 멜라니아는 이민자 혐오와 반(反)여성 이미지로 시달리는 트럼프의 약점을 만회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다.
연설문은 약 한 달 전 트럼프의 사위인 자레드 쿠시너 뉴욕옵서버 발행인을 거쳐 멜라니아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멜라니아는 연설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각조각 찢어버리고 새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문 작가들은 미셸의 문구를 그대로 되풀이한 멜라니아의 연설을 당일 TV에서 보고 나서야 자신들의 글이 사라졌다는 걸 알았다.
트럼프는 19일 아내와 함께 뉴욕으로 돌아온 뒤 하루 종일 격노했으나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해당 연설문이 누구의 감수를 받았는지를 묻는 NYT의 취재에 답변을 거부했다. NYT는 이전에도 트럼프가 문구를 잘못 인용하는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2300만 시청자에게 생중계된 탓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고 평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멜라니아가 전문 작가의 연설문 찢어버렸다”
입력 2016-07-20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