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禹 수석, 결백하다며 버틸 단계 지났다

입력 2016-07-20 18:34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처가와 넥슨코리아의 강남 부동산 매매 과정 의혹은 물론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의혹에 이어 병역 복무 중인 아들의 ‘의경 꽃보직’ 특혜 논란, 처제의 조세회피처 국적 취득 문제까지 불거졌다. 처가와 넥슨코리아가 2011년 3월 1300억원대 부동산 계약을 맺던 현장에 우 수석이 나와 계약서를 검토했다는 넥슨 측 중개업소 대표의 진술도 나왔다(국민일보 20일자 단독 보도). 이는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우 수석이 입장자료를 내고 “처가 소유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밝힌 것과 정면 배치된다. 아울러 계약 당시 넥슨 측을 대리한 로펌 김앤장 변호사들이 중개업자들의 계약서 날인을 막아 결국 ‘당사자 간 거래’로 관할 구청에 신고된 사실도 법원 조정 조서(調書)로 밝혀졌다.

자고나면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자 우 수석은 20일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처음으로 만나 직접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각종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일일이 반박한 것이다. 진경준 검사장을 통해 강남 땅을 넥슨 김정주 회장한테 사달라고 한 적 없다, 모든 사건에 선임계를 냈기 때문에 ‘몰래 변론’한 적 없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나 법조브로커 이민희는 모른다, 아들 문제는 부탁한 적도 없고 아들 상사를 본 적도 없다 등등의 주장이다.

우 수석의 말이 맞는다면 본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경준의 릴레이 거짓말’을 경험한 국민 입장에선 그 해명을 모두 믿기는 어렵다. 종전 해명 일부가 이날 거짓으로 드러났기에 더욱 그렇다. 핵심 쟁점인 강남 땅 매매와 관련해 우 수석이 계약 현장에 있었다는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고 뒤늦게 인정했다. 장모가 큰 거래를 하니 와달라고 해서 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초 왜 거짓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뭔가 구린 구석이 있어 감추려고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양측이 중개인 없는 당사자 간 거래로 신고해 한쪽이 중개업자와의 법적 분쟁까지 벌어진 것도 미스터리다. 우 수석이 ‘정상적 매매’라고 주장하던 것과도 다르다.

각종 의혹에 대한 진위를 떠나 우 수석의 근원적인 잘못은 주식 뇌물을 받은 진경준의 검사장 승진 당시 인사검증에 실패한 데 있다. 검증과 수사는 다르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부실 검증이 된 데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 그가 정무적으로 책임질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버틸 일이 아니다. 이렇게 구설에 휘말려서는 그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이 된다.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고 검찰 조사를 받는 게 도리다. 그렇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그를 경질하는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