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또 악재… 미녀새도 못본다고?

입력 2016-07-21 04:00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2013년 8월 14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4m89로 우승한 뒤 러시아 국기를 어깨에 두른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조직적인 도핑 개입 의혹으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이신바예바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심리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국민일보DB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리우올림픽)에 또 악재가 불거졌다. 스포츠 강국 러시아가 출전금지라는 초강력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치안 불안과 지카 바이러스에 이은 이번 악재로 리우올림픽은 근래 최악의 대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가 8월 6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리우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상황에 직면한 것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도핑 의혹 때문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정부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도핑 샘플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WADA 독립위원회를 이끈 캐나다 법학 교수 리처드 맥라렌은 “러시아 정부의 지시로 조직적인 소변 샘플 바꿔치기가 이뤄졌다”며 “하계·동계 올림픽을 가릴 것 없이 거의 전 종목에서 도핑 테스트 조작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 스포츠부와 러시아 선수단 훈련센터,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등이 도핑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특히 스포츠부가 선수들의 소변 샘플 조작을 지시하고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비탈리 무트코 체육장관을 결정권자로 지목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전화 회의로 열었고, 러시아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육상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러시아의 도핑 의혹이 불거지자 전 종목에 걸쳐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특정 국가가 도핑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다.

WADA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러시아 반도핑기구와 공모해 금지약물을 사용해 왔다고 발표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러시아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20일 “21일 예정된 68명의 러시아 육상 선수들에 대한 CAS의 판결이 러시아의 리우올림픽 참가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CAS가 IAAF의 손을 들어 주면 IOC가 다른 종목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불허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 경우 러시아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최종 결정은 리우올림픽 개막이 임박해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러시아의 리우올림픽 출전이 불허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디언은 “IOC가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는 것과 선수 개인의 권익이 충돌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IOC가 각 종목의 국제경기단체에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IAAF가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불허한 가운데 국제역도연맹(IWF)은 최근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불가리아 등 4개국에 리우올림픽 출전 금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다른 종목의 국제경기단체가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러시아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4, 은메달 26, 동메달 32개를 따내 4위에 오른 스포츠 강국이다. 만일 러시아가 리우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순위 경쟁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또 옐레나 이신바예바(여자 장대높이뛰기)와 알리야 무스타피나(여자 기계체조), 막심 미하일로프(남자 배구), 나탈리야 이셴코(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등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이 불참한다면 리우올림픽 흥행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리우올림픽 출전을 대비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러시아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 선수들도 정상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우리는 올림픽 이념을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모든 도핑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며,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