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는 그동안 ‘왼손잡이’ 투수에게 별로 관대하지 않았다. 다승 세이브 완봉승 평균자책점과 같은 투수부문 주요 통산기록에서 톱랭커는 대부분 우완투수다. 선동열 최동원 정민철은 현역 선수시절 우완 정통파 투수였다. 사이드암인 임창용(KIA 타이거즈)도 오른팔을 휘둘러 공을 던진다.
한화 이글스에서 2009년까지 20년 동안 210승을 쌓고 프로야구 통산 다승 1위를 점령한 송진우는 좌완이지만 그 아래 10위권을 채운 나머지 9명은 모두 우완이다. 한화의 전설적 마무리투수 구대성(시드니 블루삭스)은 통산 세이브 부문 10위권으로 유일하게 진입한 좌완이다. 구대성은 한국에서 214세이브를 달성하고 이 부문 4위에 있다.
대기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지만 좌완투수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프로야구 35년사에서 쌓인 기록들이 이를 증명한다.
두산 베어스의 좌완 베테랑 장원준이 달성한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그래서 중요하다. 장원준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3대 1 승)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시즌 10승(3패)을 수확했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2008년부터 매년 10승 이상씩 쌓고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성공했다. 좌완투수로는 처음이다.
그동안 ‘마의 6년’으로 불렸다. 통산 다승왕 송진우는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6년째에서 가로막혔다. 한 차례 실패하고 그 다음해부터 4년 연속으로 10승 이상 찍었다. 2006∼2012년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불렸던 류현진(LA 다저스)조차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6년에서 마감했다.
우완으로 영역을 확대해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투수는 장원준까지 3명뿐이다. KIA 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의 에이스였던 이강철(10년 연속), 빙그레와 한화를 모두 거친 정민철(8년 연속)의 뒤를 장원준이 밟았다.
장원준이 대기록을 달성한 비결은 단연 꾸준함이다. 장원준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로 입문한 뒤 12년 동안 마운드를 밟으면서 기량을 꾸준하게 유지했다. 롯데의 ‘암흑기’였던 2006∼2007년에도 지금처럼 25경기 이상 선발 등판하면서 3∼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풀린 2015년 롯데에서 두산에 이적한 것을 제외하면 야구인생에 특별한 변수도 없었다. 2010년 허리통증, 지난해 팔꿈치통증을 제외하면 거의 부상도 없었다. 튀는 행동이나 굴곡이 없이 건강과 투구수를 관리하면서 묵묵하게 마운드를 지켜 특유의 꾸준함을 유지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장꾸준’이다.
장원준은 경기를 마치고 “2008년 처음으로 10승을 달성한 뒤 계속 두 자릿수를 쌓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며 “팀이 잘하니 덩달아 힘을 받았다.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다. 특히 홈런을 친 닉 에반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목표도 세웠다. 장원준은 “마음 같아서는 은퇴할 때까지 매년 두 자릿수 승리를 쌓고 싶지만 일단 이강철 코치(넥센 히어로즈)의 기록까지는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역시! 장꾸준… 좌완 첫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
입력 2016-07-20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