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명. 사도행전과 바울 서신서에 등장하는 초기 기독교인 숫자다. 이들의 ‘예수 운동’은 2000년이 지나 23억명이 넘는 신자를 보유하는 세계적 종교가 됐다. 지금도 예수 운동은 전 세계의 미접촉 지역에 확산되며 사람과 환경을 바꾸고 있다. 이 경이적인 운동은 많은 역사가들 사이에서 연구를 촉진시켰다.
초기 기독교를 구성했던 사람들과 시대 상황, 교리의 발전 등은 현재의 기독교를 형성한 기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모두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저자는 한국인 교회사가와 미국인 사회학자이다. 관점을 비교하며 읽어도 좋겠다.
◇로마 제국 하에서의 기독교=고신대 이상규(역사신학) 교수의 ‘초기 기독교와 로마사회’는 기독교가 형성되는 3세기 동안 로마제국이라는 정치, 종교적 상황에서 어떻게 기독교가 만들어지고 발전되었으며,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갔는가를 다루고 있다. 책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충분히 살핀 뒤 당대에 새로운 빛을 제공한 학문적 관점에서 초기 기독교를 규정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독교인의 사회적 신분 연구다. 기존까지는 기독교 공동체 구성원이 노예나 여성, 이방인 등 주로 하층민이라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인적 배경을 연구하는 프로소포그래피(prosopography)를 이용한 최근 연구는 첫 교회 신자들 이 부유하고 교양 있는 엘리트를 포함한 혼합된 공동체였음이 입증됐다. 신약성경에 사용됐던 일상 그리스어의 성격 역시 민초들이 사용하던 그리스어나 비문학적인 것이 아니라 당시 전문인이나 기술자도 사용했던 표준 그리스어였으며 일상어보다 다소 격조 있는 언어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초기 기독교인들의 예배 장소 변천도 흥미롭다. 처음엔 집에서 예배를 드렸다. 신자가 늘어나자 가정집 방 사이의 벽을 허물고 예배공간을 조성했다. ‘바실리카’라 부르는 예배당이 출현한 것은 313년 기독교의 공인 이후부터다. 책은 이렇게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상을 비롯해 박해와 변증, 교부들의 활동과 기독론 교리 정착, 이단과 거짓 계시운동 등을 폭넓게 다룬다.
◇기독교를 사회과학의 렌즈로=미국 워싱턴대 사회학·비교종교학 교수인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의 발흥’ 역시 당대 사회상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위해 과감한 산술적 접근을 시도한다. 예를 들면 개종의 증가치를 보여주면서 10년당 40% 증가율을 투사한다. AD250∼300년에 일어난 급작스런 인구 증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르면 AD 40년은 1000명, 100년은 7530명, 200년은 21만7795명, 300년은 629만9832명으로 증가한다.
저자 역시 초기 기독교인 중에는 하층 계급뿐 아니라 재정관, 상원의원 등 다수 귀족층이 포함돼 있었다고 확인한다. 이들은 권력자들이기도 해서 기독교인이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해 있으면 사면시킬 힘도 있었다. 만약 초기 교회 신자 대다수가 ‘억눌린 자’였다면 기독교는 오래가지 못했을 거라고 저자는 추정했다. 정치적 위협으로 간주됐다면 로마로부터 무자비하게 진압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들이 비천한 패거리가 아니라 고위층과 황실에 친인척을 둔 사람들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자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전개하며 현대 미국의 신흥종교 운동과 초기 기독교를 연결시키기도 한다. 보수적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는 기독교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을 분명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는 개종과 계급, 역병(疫病)과 네트워크, 여성 역할 등을 다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초기 기독교인 귀족 등 상류층도 많았다
입력 2016-07-20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