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 일가의 가족잔치였다.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 연설에 나서는 관행을 깨고 트럼프는 첫날부터 무대에 올랐다. 부인 멜라니아를 연사로 소개하기 위해 카메오 출연을 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일가의 파격과는 별도로 전당대회는 경선룰 변경을 둘러싸고 대의원 사이에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소란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일가의 가족잔치 같은 전당대회
미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18일(현지시간)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나흘간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첫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의 ‘깜짝’ 출연과 부인 멜라니아의 연설이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격정적인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하며 대회장 열기를 한껏 끌어올린 뒤 ‘우리는 챔피언’이라는 음악을 배경으로 트럼프의 실루엣이 나타나자 대의원들은 환호했다.
뒤이어 등장한 멜라니아는 “트럼프와 결혼해 18년간 살았다”며 “남편은 나를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이 나라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세 번째 부인이다.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로 뉴욕에서 24세 연상의 트럼프를 만나 ‘신데렐라’로 변신했다.
그러나 멜라니아의 연설은 미셸 오바마의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남편 버락 오바마 후보 지지연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멜라니아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성취의 한계는 꿈과 노력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는데 그 가르침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표절 의혹은 재럿 힐이라는 언론인이 제기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미셸의 2008년 연설을 떠올렸고, 인터넷으로 당시 연설문을 구해 대조했다. 한두 개 단어를 빼고 두 단락이 거의 겹쳤다. 표절 의혹은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논란이 일자 트럼프 캠프는 “연설문팀이 멜라니아의 삶에 영감을 받아 (연설문을)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멜라니아는 연설 직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내가 썼다”고 밝혔었다.
연사로 나서는 트럼프의 가족은 또 있다. 둘째 날에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둘째 딸 티파니가 마이크를 잡는다. 셋째 날에는 차남 에릭, 마지막 날에는 장녀 이반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트럼프의 가족은 부통령 후보 결정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등 트럼프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기 직전 펜스 부부와 식사자리에 아들, 딸, 사위를 모두 불렀다. 가족이 부통령 후보를 사실상 면접한 것이다.
소란과 시위로 바람 잘 날 없는 앞날 예고
전당대회 막이 오르자마자 대의원끼리 고함과 삿대질을 주고받는 소동이 빚어졌다. 프라이머리 참가자격을 당원으로 제한하자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지지자들의 요구를 주최 측이 묵살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를 ‘트럼프 반대 캠페인’으로 간주한 주최 측에서는 구두표결에 부친 뒤 곧바로 무산시켰다. 사회자가 “찬성하는 사람은 ‘예’,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요’라고 말하라”고 제안한 뒤 부결을 선언하자 고함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맞고함을 지르며 삿대질을 주고받았다. 순간 전당대회장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경선룰 변경을 요구한 켄 구치넬리 전 버지니아 법무부 장관은 “옹졸한 폭군정치”라며 주최 측을 비난했다.
클리블랜드(오하이오)=swchun@kmib.co.kr
대회장 안팎서 고성·삿대질… 난장판 된 ‘트럼프 쇼’
입력 2016-07-20 04:46 수정 2016-07-20 12:48